정부가 ‘2024년 상장 공기업의 경영 평가’를 예고한 가운데 밸류업 공시에 나선 공기업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가 나 홀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증시의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정책을 공기업조차 외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 상장 공기업의 밸류업 자율 공시 이행률은 절반(42.8%)을 밑돌았다. 공기업 가운데는 강원랜드가 지난해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강원랜드가 발표한 방안은 2024~2026년 3년간 총 10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최소 50%의 배당성향을 제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다. 자사주 매입액과 현금 배당액을 합친 주주 환원율은 총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밸류업을 공시한 공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대만 증시와 비교해 국내 증시의 심각한 위축 우려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지난해 12월 말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전기술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았다. 지역난방공사는 2025년 이후 연평균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삼아 배당성향도 최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배당 투자가 가능하도록 배당 기준일을 정기 주주총회 이후로 설정하는 배당 절차 개선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한전기술은 지난해 196억 원에 불과한 총배당금을 2027년 257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배당성향은 적어도 40%를 사수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해 총 3곳의 공기업이 밸류업 방안을 내놓았지만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4곳은 침묵했다. 이들 공기업은 누적 적자와 미수금 등으로 배당 확대 등이 어려운 경영 상황 때문에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누적 적자 등으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만큼 올해는 밸류업 공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8월 가스요금을 6.8% 인상했지만 미수금이 여전히 증가 추세여서 밸류업 방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전KPS는 지난해 원전 정비 물량 등의 확대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전KPS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38% 증가한 420억 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지난해보다 4% 이상 늘어난 2351억 원으로 전망됐다. GKL의 경우 지난해 카지노 경쟁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나타냈는데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이 밸류업 공시 발표에 미온적이 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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