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내년 말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현재 월 2만 장보다 3배 늘어난 월 6만 장으로 확대한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캐파(생산능력) 한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려 업계 3위에 머물렀지만 최첨단 메모리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 경쟁자를 따라잡는다는 복안이다.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인재들을 향한 공격적인 러브콜도 보내고 있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 타이중에 5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용 업무 공간을 열었다. 마이크론은 8월 대만 디스플레이 제조사 AUO로부터 타이중 공장을 인수한 뒤 D램 기지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다.
마이크론은 새로 연 사무동을 기반으로 선단 D램 개발 능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국내 기업이 일찍이 D램 생산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적용해온 것과 달리 마이크론은 내년 6세대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 설계부터 이를 적용한다.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면 미세한 패턴을 더 효율적으로 그릴 수 있지만 생산 노하우와 양산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되레 수율 저하 등 문제를 겪어 집중적인 연구력 투입이 필요하다.
HBM 생산량을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마이크론은 5세대 HBM(HBM3E)을 최초로 양산했지만 캐파에서 한계가 있었는데 신규 생산 설비를 HBM에 집중해 2025년 말까지 HBM 월 생산량을 6만 장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말 마이크론의 HBM 캐파는 2만 장 정도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시장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9%대로 추정되는 올해 점유율의 2배 이상이다.
현재 마이크론은 대만 타이중 A3 공장과 타오위안 11공장을 통해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개소한 세 번째 사무동에 새롭게 배치될 인력 상당 수를 HBM에 필요한 첨단 패키징 관련 기술 연구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HBM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업계의 추격으로 범용 D램 가격이 본격화하면서 고부가 제품인 HBM 캐파 확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HBM 캐파를 월 14만~15만 장으로 늘린 데 이어 내년 말까지는 17만~20만 장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까지 월 14만 장의 HBM 캐파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등이 주춤한 사이 마이크론이 국내 인력을 향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국내 인력들에 대한 공격적인 채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AI메모리 시대를 맞아 마이크론이 모멘텀을 잡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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