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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은 외교관이 아니다 [동십자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고 귀국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22일 저녁 6시께 기자 30여 명과 카메라 10여 대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몰렸다.

정 회장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를 놓고 기자들 간 갑론을박 끝에 10여 개가 추려졌지만 정 회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지만 곧 미국의 대통령이 될 인물과 오간 말을 민간인이 섣불리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기자가 ‘그런 세세한 얘기 말고 트럼프 측 인사들이 한국에 관심이 있던가.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느냐’고 묻자 정 회장은 그제서야 적극적인 태도로 “대한민국은 저력이 있는 나라라고 안심시켰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패싱하는 와중에 트럼프 일가와 접촉한 정 회장에게 대중이 주목하고 언론이 앞다퉈 보도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는 냉정하게 상황을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정 회장은 정치인도 외교관도 아니고 재계를 대표하지도 않는다.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 주변 인사에게 ‘한국은 괜찮을 것’이라며 다독인 것 역시 민간 외교의 곁가지일 뿐이다. 게다가 신세계그룹은 미국에 통 큰 투자를 하고 받을 만한 것도 없으니 민간 외교로서도 힘을 갖기 어렵다. 이마트는 미국에서 식료품 유통사를 인수한 뒤 56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2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기준 228억 원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 회장에게는 인수 후 힘을 못 쓰고 있는 G마켓을 위해 중국계인 알리바바와 손잡을 정도로 국내 사업이 급하다.

이제는 정 회장에게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부여하기보다 그가 국내 사업을 제대로 이끌도록 놓아줄 필요가 있다. 기자는 유통사인 신세계그룹이 실적을 발표할 때 거래액을 일반 기업의 매출로 표기하거나, 부진한 사업부를 합친 뒤 합치기 이전 숫자와 비교하는 식으로 실적을 최대한 커 보이게 하는 관행부터 고쳤으면 좋겠다. 정 회장에게는 굵직한 국가 난제를 풀기보다 국내 사업의 작지만 기본적인 문제부터 챙기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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