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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물가 상승률 1.6%…“인플레 전쟁 마침표”

■물가 3년 반만에 1%대 상승

근원물가도 2%로 상승폭 줄여

한은 안팎 "목표치 수렴" 중론

성장률 둔화 속 가계부채 꺾여

美 발맞춰 한은도 '피벗' 가능성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9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6개월 만에 1%대에 진입했다. 석유류 물가가 7개월 만에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떨어뜨렸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 기반을 다지고 있는 만큼 이달 ‘금리 인하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1%대 진입은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월 3.1%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2.9%로 하락했다. 이후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7월에 2.6%로 한차례 반등했지만 8월 2%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포인트 빠진 데는 석유류 가격 하락세의 영향이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6%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 비해 지난달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 기저효과를 누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3달러 선을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배럴당 73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반면 농축수산물(3.3%)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배추(53.6%), 무(41.6%), 상추(31.5%) 등 채소류가 11.5% 상승하는 등 가격 불안을 보였다. 여름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채소류의 작황이 악화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2%로 나타났다. 전월(2.1%)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만 보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춰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발맞춰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5%에서 0.1%포인트 내렸다. 농산물 상승률 둔화 등 공급 요인의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이 같은 물가경로에 부합하는 수치로 ‘물가 안정’이라는 최우선 목표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한국이)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 일찍 2% 물가 안정을 달성했다”며 “재정정책을 다른 선진국과 달리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기재부의 노력이 있었기에 중앙은행 목표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가 안정세가 이어진 반면 경제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둔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의 ‘깜짝 성장’을 기록한 것과 달리 2분기에는 -0.2%의 역성장을 나타냈다. 순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영향이다. 2분기 성장세의 둔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올 8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하향한 2.5%로 낮춘 바 있다.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투자 촉진과 내수 회복 등이 필요한 만큼 통화정책의 피벗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마저 2%를 기록하며 추세적으로 2%대로 수렴하게 됐다”며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2%) 안에 들어온 상황에서도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그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이 이달 금통위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진단할 요인은 가계부채 증대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다. 가계부채는 8월 9조 원 넘게 급증했지만 최근 금융 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5조 원대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택시장 역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9월 들어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주간 기준 0.2%대의 상승에서 최근 0.1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상승 둔화가 추세적 움직임이 될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물가와 내수 관계만 보면 지금 기준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위험도 보지만 금리 인하가 필요한 필요성도 본다. 지금은 위험이 금리 인하 필요성보다 크게 부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10월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렸다고 평가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내리면서도 ‘영끌족’에게는 간접적인 경고를 낼 수도 있다”며 “인하 근거로는 부동산 공급 대책이 나온 것, 정부의 거시 건전성 대책이 강화한 점을 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나 금융권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심리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며 “최장 기간 이어진 동결을 깬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최근 행보 역시 한은의 금리 인하론을 지지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최상목 부총리와 정책 공조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한은 총재가 기재부를 방문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최 부총리는 이 총재를 자동차 앞바퀴, 자신을 뒷바퀴에 비유하며 협력 파트너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후 은행장과 만나 가계부채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는 등 피벗에 대비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재정 당국이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한은이 공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달 금리를 동결한 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악화할 경우 한은의 부담이 상당히 커진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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