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2조 조달준비” vs “이길 방법 찾아”…‘쩐의 전쟁’ 고려아연 [시그널]

최 회장 "온힘 다해 저지" 총력전

한투증권 '백기사'로 등판 관측도

MBK 공개매수가 상향에 힘 실려

IB전문가 "주가 기세 더 지켜봐야"

늦어도 24일 조정 여부 결정할듯

김광일(가운데)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010130) 간의 ‘쩐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공개매수 대상인 고려아연과 영풍정밀(036560)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자 MBK가 결국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5거래일 연속 올라 70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 가격(66만 원)보다 4만 7000원 높다. 영풍정밀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 5830원에 마감했다. 현 추세라면 영풍정밀 역시 공개매수가(2만 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지만 MBK는 일단 공개매수의 성공을 자신하며 현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광일 MBK 부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대부분 개인의 손바뀜이었고 기관투자가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어서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BK가 파악한 기관의 고려아연 평균 취득 단가는 45만 원 이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대응으로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공개매수가를 상향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MBK의 가격 조정은 주가 흐름에 따라 최대한 성공 확률이 높은 시기를 택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법 136조에 따르면 공개매수 가격을 변경할 경우 종료 10일 전까지는 기간을 바꾸지 않아도 되나 10일 이내면 최소 20일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 다음 달 4일 종료될 예정이어서 10일 전인 이달 24일 이전에 결정해야 최 회장 측에 추가로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MBK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서도 초기에는 부인하다가 약 10일 지나 2만 원에서 2만 4000원으로 20% 높인 바 있다.

IB 전문가는 “유통 물량도 적고, 얼마까지 (공개매수가를) 올려야 적정할지 예측하기 힘들어 주가 기세를 더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첫 가격으로 공개매수가 성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추가 자금까지 고려해 자금을 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 최소 6.98%(144만 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 4881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공개매수 대금은 두 기업을 합해 약 2조 1332억 원이다. 김 부회장은 “약 7%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물량이어서 실패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MBK가 최대 수량을 확보하면 의결권 52%를 갖게 되며 최소 물량인 7%여도 영풍정밀 지분 1.85%를 더하면 의결권 44%를 차지할 수 있다. 과거 주총 출석률을 고려했을 때 44%의 의결권으로도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데 승산이 있다고 MBK는 보고 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어느 쪽이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문제삼으며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도 동맹을 구축할 해외 투자자를 찾아 나서는 등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자기자본 투입과 추가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의 향방은 안갯속에 갇히게 됐다.



일각에서 MBK파트너스에 대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체 펀드 자금에서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하다”며 “MBK는 명백히 토종 사모펀드”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의 투자로 고려아연이 중국에 팔릴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추후 국내 대기업 등에 매각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공개매수를 추진한 배경을 ‘파기’ ‘위기’ ‘기회’ 세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는 “최 회장 취임 이후 비정상적 기업 의사 결정 구조(거버넌스)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지적하면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번 공개매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2019년만 해도 410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1조 4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올 하반기 벌어들일 현금과 예정된 투자 규모, 배당 등을 고려하면 연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인 이그니오 고가 매수 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38건의 투자 중 30건이 적자를 기록해 누적 당기순손실이 529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이와 관련한 의혹이 모두 밝혀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백기사’로 알려진 현대자동차그룹, LG화학, 한화그룹 등 대기업 지분(18.4%)에 대해 김 부회장은 “최 회장 개인에 대한 우호지분이 아닌 고려아연 회사 차원의 우호 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개매수 이후에도 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의 주장들에 대해 “모든 수치를 왜곡한 악마의 편집”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고려아연이 연말에 순차입 상태가 된다는 MBK파트너스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투자 기업들도 순이익 상태라는 주장이다.

최 회장 역시 이날 임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지분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 싸움에서 이걸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대한민국은 추석 연휴였지만 그 밖에 세계는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중인 이달 17일 재무 담당 임원과 일본 도쿄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백기사 확보와 관련해 복수의 펀드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접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배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국산 소재 기업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차전지 분야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고려아연과 전략적 동맹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재계 오너들과도 넓은 인맥을 맺고 있어 기존 주주인 한화·현대차·LG화학 등을 상대로도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년 벌어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모펀드 KCGI·반도그룹 3자 연합에 맞서는 과정에서 델타항공 등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면서 입지를 굳힌 바 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최 씨 일가도 고려아연 지분 매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최 회장 측은 영풍 장 씨 일가와의 특별관계자 해소를 이날 공시했다. 그동안 최 회장은 장 씨 일가 측과의 동업 관계를 고려해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도 함께 공시해왔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는 ‘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종료일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고는 그 주식을 매수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공시로 최 회장은 대항 공개매수를 할 수 있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