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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상환유예는 폭탄돌리기…"옥석 가릴 기회조차 놓칠판"

■자영업 연체 눈덩이…신보 대위변제 급증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1113조

팬데믹 직전보다 50% 이상 증가

연체율도 1.66% 11년만에 최고

"사업성·재기의지 확인해 선별 지원

금융사 건전성 대책도 검토 필요"





정부와 여당이 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방침을 밝히자 금융권에서는 “대출 상환을 늦춰가는 대증요법만으로는 자영업자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차례 상환 유예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빚 상환을 늦춘다고 해서 갚을 능력이 생기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신용보증기금이 소상공인을 대신해 갚은 빚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빚 상환을 유예하는 식으로 시한폭탄만 돌리다가는 옥석도 가리지 못한 채 손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작정 빚 상환을 늦추기보다 하루 빨리 자영업자의 사업에 대한 사업성 평가와 재기 의지 등을 확인해 선별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1일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총 335만 9590명이 금융사로부터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 총합)은 총 1113조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대출자는 60%, 대출 금액은 50% 이상 급증했다. 팬데믹과 고금리·고물가 시기를 거치며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취약성이 높은 다중채무자도 올 1분기 말 기준 172만 7351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106만 6841명)에 비해 62% 증가했다.

부채의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부실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전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올해 1분기 말 10조 8000원으로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규모가 컸다. 올 1분기 연체율은 1.66%로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만기 연장 조치가 종료된 지난해 이후 치솟았다. 빚 상환을 늦춰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증거다. 엔데믹과 더불어 0.47%(2022년 2분기)까지 낮아졌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들어 1%대로 높아졌고 코로나19 대출의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 지난해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조치가 종료되자마자 대출들이 연체분으로 고스란히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경우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조달도 힘든 상황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소상공인 대위변제를 위한 지역 신보 출연 규모를 늘릴 만큼 늘렸다는 입장”이라며 “일부 지자체는 올해 출연금 확대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빚 상환을 늦춰주는 대증요법으로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제 신보의 소상공인 위탁 보증 대위변제액이 급증한 것은 사업 자체가 차주의 부실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이 원인이 됐다. 신보는 위탁 보증 심사 업무를 은행에 맡겼는데 은행은 대출자의 연체나 세금 체납 여부 등만 심사해 보증을 내줬다. 신보는 일반 보증 등 다른 보증을 취급할 때는 신용도와 차입금 상환 능력을 따지고 현장 조사까지 나가지만 위탁 보증 심사는 유독 심사 기준이 낮았던 것이다. 신보의 대위변제 규모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신보는 올해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 명목으로 5555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일단 구제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보증 심사가 헐겁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근본적인 소상공인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소상공인 부채 유예로 인한 금융사의 건전성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계속 (상환) 연장만 해주기보다는 차주의 건전성이 좋을 때 하루라도 빨리 자산을 매각하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실이 언제 터질지 금융사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는 계속 미루기만 했다가는 나중 돼서는 언제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는 지경이 될 것”이라며 “몸으로 비유하면 어디가 부실한지 괜찮은지 선별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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