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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데이터 규제·인재 유출·인프라 부족 장애물…AI·로봇 선택·집중을”  

◆김익재 KIST AI·로봇연구소장

美中 틈새 sLM·sLLM 투자·로봇 핵심부품 개발 필요

저전력·고성능 선도 위해 뉴로모픽 등 AI반도체 필수  

경찰·소방관 등 보조 휴머노이드로봇 집중 연구해야

제조 역량 바탕 산학연정 협력·우수 인재 육성 시급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이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로봇에 대한 긴 호흡의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KIST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고도화하면서 로봇·자율주행·드론 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특히 AI·로봇은 제조·생활·의료·교육·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자본 투자, 우수 인재 육성, 인프라 구축, 데이터 활용 촉진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AI·로봇 분야에서 저력을 갖고 있으나 아직 시장을 주도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려면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연구자들이 데이터 규제, 인재 유출, 인프라 부족 등의 애로점을 갖고 있다”며 “생성형 AI에서 소규모언어모델(sLM) 같은 틈새 공략과 로봇에서 AI 적용 가속화, 액추에이터 같은 핵심 부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AI·로봇연구소를 소개한다면.

△첨단 AI와 로봇의 핵심·응용 기술을 개발해 미래를 준비한다. 53명의 박사 연구책임자(PI)를 비롯해 박사후연구원, 석박사 과정생, 학부 졸업 인턴 연구원까지 총 250명가량이 국가 난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연구 여건이 부족하지 않은가.

△사실 부족하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이 감축돼 연구자들의 연구비가 감소하고 학생들 숫자도 줄고 있다. AI·로봇 연구에는 인건비가 많이 든다. AI를 연구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가 많이 필요한데 구하기가 만만찮다. 로봇 제작에는 재료비도 많이 든다. AI 연구와 실증 사업에서 전기 확보도 중요하다.

-연구소에서 역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가.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인간 수준의 신체·지능·사회적 능력을 갖춘 AI·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의 공백을 메우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경찰·소방관 등 공공 안전 인력이 10~25% 부족한 상황이므로 재난이나 사건·사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AI·로봇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둔다. 미래에는 경찰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데리고 다니는 날이 올 것이다. 이 시장을 선도하면 우리가 해외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



-요즘 글로벌 빅테크들의 AI·로봇 개발 동향을 보면 우리가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데.

△위기이자 기회이다. 해외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연구자로서 감탄할 때가 많다. 미국은 거대 자본 투자,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우수 인재, 클라우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야를 주도한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AI·로봇에 대해 강력한 지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구자에게 데이터를 다 쓸 수 있게 권한을 준다. 자율주행·로봇·드론이 발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생성형 AI와 로봇 기술이 만나 물류 창고를 시작으로 공장과 가사에도 상용화할 날이 올 것이다. 물론 우리도 자동차·컴퓨터·반도체·배터리를 처음 만들지는 못했지만 빠른 성장을 이뤄낸 저력을 갖고 있다. AI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못지않게 sLM, 경량대규모언어모델(sLLM) 같은 특정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하면 승산이 있다.

-AI와 로봇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AI가 범용인공지능(AGI)으로 발전하는 날이 오면 우리 생활은 최적화가 이뤄지고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기존 AI 기술이 디지털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주변 기기들과 연동했다면 앞으로는 로봇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연스럽게 걷고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면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의료, 교육, 고객 응대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AGI가 언제쯤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10년쯤 뒤에 되지 않을까 싶다. 저전력·저비용·고성능을 핵심으로 한 포스트 트랜스포머 모델로 가면 가능하다. 이전에는 2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 AGI가 되려면 인간처럼 문제를 빠르게 이해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가져야 한다. 복잡한 추론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고 그 과정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이 드럼 치는 로봇 옆에서 그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 수준과 전망은.

△오픈AI의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연동되며 로봇의 성능이 고도화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해 말부터 물류 창고에 투입하기 시작한 어질리티로보틱스의 ‘디지트’ 로봇을 예로 들면 데이터가 쌓일수록 제조 분야와 가정으로 확산할 것이다. 기존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것을 바탕으로 모터 등 기계공학이 변수였던 것에 비해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테슬라가 만든 ‘옵티머스’ 로봇을 비롯해 피겨AI의 ‘피겨 01’, 캐나다 생크추어리AI의 ‘피닉스’ 로봇까지 여러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옵티머스 로봇이 눈에 확 띄는 가운데 피겨AI도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작업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옵티머스는 향후 2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을 2만 달러(약 2600만 원)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물론 아직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구동되려면 개선할 것이 많다.



-우리나라가 생성형 AI에서 뒤처졌지만 로봇 같은 행동형 AI에서는 승산이 있는가.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처럼 인터넷에 공개된 글과 영상을 대규모로 학습해 미국·중국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로봇 기술 측면에서 보면 다중 감각 분야에서는 미중도 학습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그에 맞는 AI 모델도 개발돼 있지 않다. 우리가 제조 역량을 갖고 있고 AI 인력도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는 점에서 로봇에 집중 투자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AI 발전을 위한 산학연정(産學硏政)의 과제는.

△학계에서는 새로운 알고리즘과 모델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은 선행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연구소는 이런 선행 모델을 확장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실험과 실증을 많이 해야 한다. 기업은 AI 모델과 로봇 기술을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이나 데이터를 연구소와 공유하고 협업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는 연구자들이 여러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산학연이 실질적으로 협업해 R&D를 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이 최형섭 초대 KIST 소장의 홀로그램 앞에서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로봇 산업 수준에 대해 평가한다면.

△산업용 로봇 제조와 활용을 잘한다. 현대자동차(보스턴다이내믹스), 삼성, LG 등이 로봇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베어로보틱스·현대로보틱스 등이 좋은 서비스 로봇을 만들고 있다. KIST도 연구소 1층 로비에 드럼 치는 로봇을 전시한 것처럼 AI를 본격 적용한 로봇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 산업을 긴 호흡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올 4월 ‘AI 주요 3개국(G3)’ 도약 목표를 제시했는데.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LLM은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 괴물이다. 실생활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작지만 똑똑한 AI 기술이 필요하다. 온디바이스 AI를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의 뇌를 닮은 뉴로모픽 같은 뛰어난 AI 반도체 개발도 매우 중요하다. 로봇은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 인간이 걸을 때 60W 정도 쓴다면 옵티머스 로봇은 500W나 든다. 8시간 동작하는 데 2.3㎾ 배터리를 사용한다. 여기에 LLM을 쓰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고 배터리도 더 큰 것을 써야 한다. 결국 전력 소모를 줄인 로봇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AI G3로 도약하려면 연구자들이 과제 수주와 관리에 매달리는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자들이 행정 처리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게 현실이다. R&D 분야조차 형평을 강조하며 나눠주기식이 됐다든지, 과제를 선정할 때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평가하는 관행이라든지 고칠 게 많다. 자칫하면 우리나라가 정상의 계단에 오르기도 전에 미끄러지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정부의 국제 R&D 총예산이 올해 1조 85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5배나 급증했는데.

△최근 AI·로봇 국제 연구 과제가 나오고 있다. 국제 R&D 과제의 경우 상대방도 매칭 형태로 자금을 투입하게 해야 한다. 지식재산(IP) 문제가 불거질 텐데 사전에 기준을 잘 만들어야 한다.

-AI·로봇 연구자로서 애로점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여러 규제들로 인해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연구기관에 데이터 사용의 자율성을 줘야 한다. 오남용이나 해킹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물으면 된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 학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AI·로봇 연구에는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다. 우수 인재가 맘껏 연구할 수 있게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현재 미국·캐나다 등 AI·로봇이 강한 곳으로 인재들이 많이 유출되고 있다. AI·로봇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He is…

1996년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기계학습 기반의 얼굴 움직임 분석과 생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했다. 199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에 들어와 영상미디어연구단장을 지낸 뒤 2020년부터 AI·로봇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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