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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침체 가능성 있다”…“연준 이코노미스트 2년 내 침체 66%”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전날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15% 하락한 데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3%, 0.15% 내렸는데요.

이날 월가의 관심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상원 청문회 발언이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침체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고 밝혔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장중 증시가 오르자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고 발언도 생각보다는 덜 매파적이었다”며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하락 마감을 피할 수는 없었는데요.

여전히 경기침체가 핫이슈입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침체 가능성에 3% 넘게 떨어졌는데요. 오늘은 파월 의장의 발언과 갈수록 커지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파월 “확실히 침체 가능성 있다 vs 지금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날 파월 의장은 더 빠르고 높은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침체 가능성은 확실히(certainly) 있다”고 답했는데요. 그는 “연준이 침체를 유도하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40년 만의 최고치인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은 명확히 필요하다고 본다. 다가오는 몇 달 동안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①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반드시 잡아야 한다 ②물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여야 한다 ③그러다 보면 금리를 많이 올려야 할 수도 있다 ④그 결과 지나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가져올 리스크가 있다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경기침체를 일으킬 정도의 높은 금리인상을 이끌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파월 의장이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는데요.

어떻게 보면 원론적인 얘기를 한 듯하지만 파월 의장의 입에서 침체 가능성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요. 연준 수장이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WSJ 기사 제목이 “연준 의장이 높은 금리가 경기침체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인데요. 파월 의장은 “지난 몇 달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연착륙이 쉽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고 했죠.

워싱턴의 연준. AFP연합뉴스


물론 이날 파월 의장이 비관적인 얘기만 한 건 아닙니다. 그는 “소비 부분이 매우 강하다. 개인들의 초과저축에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소비가 유지되고 있다”며 “나는 지금 시점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경기침체는 멀리 있으며 지금 시점에서 미국 경제는 강하고 소비도 강하며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상황은 좋다”고 했는데요.

이렇게만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에 파월 의장이 언급한 침체 가능성은 미래의 일이고, 뒷부분에 얘기한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발언은 현재 얘기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소비가 좋고 딱히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공급망 요인들로 물가가 계속 내려오지 않아 금리를 계속 올려야하는 경우 앞으로 침체가 올 수 있다는 말이죠. 어쨌든 지금의 미국 경제와 소비가 강하다는 점은 재차 확인했는데요.

파월 의장은 “금융시장 여건이 상당히 긴축됐다(have now tightened significantly)”는 언급도 했습니다. 이는 시장에 희망을 품게 하는 발언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 상당히 긴축됐다는 것은 파월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고 지금의 상황은 연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는 “파월의 톤은 높은 실업률을 감수하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곘다는 무조건적인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공포스러웠던 것보다는 덜 매파적으로 인식됐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곤란합니다. 전체적으로는 파월이 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 중요하고,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가 핵심이기 때문이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야후파이낸스에 “우리는 두어 번 더 마이너스 (성장하는) 분기를 갖게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두 어번 정도의 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침체입니다.

“연준 보고서 4분기 내 침체 가능성 50% 2년 66%”…도이체방크 “美 내년 하반기 침체 돌입”


실제 소비가 좋고 경기가 강하다는 파월 의장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기만 해서는 순진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연준의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킬리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미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의 금리차이, 단기와 중기 국채 금리차이 등 4가지 변수를 바탕으로 경기침체 확률을 측정했는데 향후 4개 분기 내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50%였다고 합니다. 다음 2년으로 치면 확률이 3분의2, 66% 정도까지 치솟는다고 하는데요.

앞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경착륙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것들이 연준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의견은 아닙니다만 내부에서 이런 보고서들이 연이어 나올 때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죠.

이날 씨티와 도이체방크도 경기침체 확률 50%에 동참했습니다. 앞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이 수준의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었는데요. 씨티는 “역사적 경험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성장 부분에서 의미있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침체 확률이 이제 50%에 근접한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적어도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최소 50%에 달한다”며 “미국과 유럽은 내년 하반기에 침체가 올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요.

월가의 경기침체 확률이 대략 50%다. 로이터연합뉴스




완만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계속 나옵니다. 정도가 약할 뿐이지 침체는 찾아온다는 건데요.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미국의 경기침체는 완만할 것이며 깊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동안 월가에서 나오는 말을 모아보면 대략 침체 확률이 50%이며 올해보다는 내년에 완만한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듯한데요. 주요 투자은행(IB)이 침체 확률이 50% 수준으로 비슷하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예측 모델이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며 “전직 연준 인사들이 시장으로 나와 기법을 전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는데요.

이 얘기를 들으면 금융사들의 예측치가 비슷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알 수 있는데, 이는 맞으면 대체적으로 다 맞을 수 있지만 틀릴 경우 같이 틀릴 수도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앞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연준도 하고 대형 금융사들도 같이 했었다는 점 기억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일부 금융사나 이코노미스트들뿐 아니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전직 재무장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경제관료들까지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과 그에 따른 고실업과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죠.

“증시 상승 이어지면 인플레 못 잡아”…“유류세 인하 휘발유값에 큰 영향 없어 좋은 생각 아냐”


마지막으로 증시 관련한 얘기 몇 가지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계속 우울한 얘기들이긴 합니다만 이날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어제(화요일) 같은 증시 랠리가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이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증시가 침체돼야 사람들이 소비를 억제하고 일자리는 유지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증시를 급락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증시가 떨어지면 소비 감소에는 분명 영향이 있습니다. 크레이머는 “최근 몇 년 동안 주식시장에서의 엄청난 수익률은 사람들이 미친 듯이 소비할 수 있게 해줬다”고 했죠.

이는 금리를 초반에 많이 올려서 인플레를 잡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증시도 이를 반영하면 낙폭은 크고 충격이 있을 수 있어도 뒤에 빠른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사이사이의 베어마켓 랠리보다는 한번에 끝을 보자는 거죠.

어쨌든 물가와 관련해 임시방편적 처방에 대한 지적은 또 나오는데요. 바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요구한 3개월 간 연방 유류세 면제입니다. 연방 유류세는 갤런당 18.4센트 정도입니다. 패트릭 드한 개스버디의 석유 분석 헤드는 “만약 법안이 서명되고 발효한다면 그것은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미국 내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되레 소비를 부추긴다는, 수요 공급에 기반한 반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침체 우려를 키우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휘발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낸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큰 도움이 될지 미지수죠. 세금을 깎아주니 당연히 깎아준 만큼은 가격이 내려가겠죠.

문제는 비중이 작다는 겁니다. 지금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5달러 정도되니 18.4센트 낮춘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요. 국제유가가 침체 우려에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오를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 세금인하폭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뛸 수 있는데요.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유류세 인하가 되레 휘발유 수요를 유지시키거나 되레 더 높일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헤드인 제프 커리는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더 높인다”며 최선의 조치가 아님을 강조했는데요. 높은 가격에 대한 치료제는 높은 가격이라고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르면 가격이 높은 상태를 두면 수요가 줄어드는데 되레 값을 일부라도 낮춰주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죠.

이 얘기를 길게 전해드리는 것은 결국 유류세 인하가 되더라도 휘발유 가격에 큰 영향은 없으며 인플레이션 문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인플레는 갈 길이 멀고 경기둔화도 상당 부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계 휴가 일정으로 24일부터 7월1일까지 ‘3분 월스트리트’를 쉽니다. 그동안 지속적인 연재로 피로가 많이 누적됐는데 쉬고 돌아와 더 깊이 있는 정보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확한 시점은 미정이나 7월 중 ‘3분 월스트리트’ 연재를 매주 화~금에서 화~토로 늘리고 유튜브 방송을 준비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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