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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도 '밀실 나눠먹기'... 민원사업 끼워넣고 균형발전특별회계 6,000억 증액

국회 608조 초슈퍼예산 의결

경찰서 신축 100억·주차장 76억 등

지역 생활형SOC 사업 대거 포함

미래 마중물 R&D예산은 300억 싹둑

올해도 '小소위'에서 깜깜이 결정

송영길(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본희의장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늘린 지출 예산은 총 8조 9,000억 원(교부세 포함). 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에 따라 민생 경제에 충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증액했다. 이에 따라 늘어난 예산은 △소상공인 지원 2조 원 △방역·의료지원 1조 4,000억 원 △민생 지원 1조 4,000억 원 △지역 경제 활성화 1조 7,000억 원 등 6조 5,000억 원(교부세 제외)에 이른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예산 사업 상당수가 여야의 이른바 ‘밀실 나눠 먹기’식으로 편성돼 제대로 된 경제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예산을 늘리며 또 한 번 여야 정치권의 짬짜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올해도 핵심 증액·감액 사업에 대한 심사를 예결위 예산소위가 아닌,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 ‘깜깜이 회의’로 불리는 일명 ‘소(小)소위’에서 대부분 결정했다.

정부 제출안이 소소위를 거치면서 코로나19 위기와 특별한 연관성도 없고 별로 시급하지 않은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들이 대거 국회 문턱을 넘었다. 생활형 SOC 사업에는 지역 주민센터, 주차장, 공원처럼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하이면서 정부 지원금이 300억 원을 넘지 않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면제되는 지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된다.

실제 이날 국회를 통과한 지역 예산 현황을 보면 경찰서 신축(100억 원), 공영 주차장(76억 원), 소각장(30억 원), 생태 공원 탐방로(5억 원), 지식산업센터(10억 원) 등의 민원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 사업(50억 원), 전주 월드컵 보조경기장 야구 경기장 리모델링(30억 원), 부산신항 2단계 설계비(145억 원) 등도 이번 국회 심사 과정에서 끼워 넣은 예산들이다.





반면 당장 성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국가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개발(R&D) 예산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300억 원 감액됐다. 감액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R&D 예산이 늘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정책 방향과 상반되는 심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내년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R&D 과제가 약 9,700개에 이르는데 국회가 미래를 걱정한다면 감액보다는 증액으로 검토를 하는 게 옳은 방향이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정교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국고 지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기존 6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늘려 이 중 4%인 약 6,000억 원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실상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어 지역 맞춤형 소비 확대가 일어나기 어렵고 씀씀이가 클수록 더 큰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어 역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집행하는 예산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지역구 의원의 담합을 통한 일종의 나눠 먹기라고 볼 수 있다. 균특은 지역 균형을 위해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여야는 균특을 정부안(10조 7,870억 원)에 비해 6,210억 원 증가한 11조 4,080억 원으로 합의해 이날 국회를 통과시켰다. 국회의 균특 증액 규모는 지난 2019년 2,090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불어나더니 올해는 6,000억 원 선까지 넘겼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지원 예산이 크게 늘어나기는 했으나 내년 이후 코로나19 위기 종료 뒤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일자리 지원 예산도 단순 자금 투입에 그쳐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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