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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요소수 대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현상 경제부 차장





2019년 7월 1일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반도체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8개월 전 나온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겨냥한 명백한 경제 보복 조치였다. 한국은 이를 계기로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부품 소재의 국산화에 나섰고, 올 2월 일본 언론은 수출 규제로 되레 자국 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자신감을 토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년간 추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정책의 성과를 자평하는 백서를 내놨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백서가 나온 지 두 달도 채 안 돼 ‘요소수 품귀 대란’이 터졌다. 호주와 무역 갈등을 빚던 중국이 돌연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요소수 가격은 10배 넘게 뛰어올랐고, 주유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요소수를 구하려는 트럭 행렬이 이어졌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군 수송기까지 동원해가며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섰고 생산량이 다시 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이번 요소수 대란이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와 다른 것은 사전에 충분히 예측하고 대응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 여파로 호주산 석탄 수입이 금지된 데다 대규모 홍수까지 덮치면서 전력난을 겪던 중국은 지난달 11일 요소 등 29개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전 검사 의무화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요소 통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관련 부처에 전달된 것은 그로부터 열흘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결국 이달 초에야 범정부 차원의 뒷북 대응이 시작됐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았다.

문제는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입 품목 1만 2,586개 중 특정 국가에 8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31.3%에 달한다. 이 중 중국 수입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이 절반에 가깝다. 반도체와 고강도 철강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은 중국 의존도가 95%에 달하고,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마그네슘잉곳은 전량 중국에서 들여온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한층 노골화할 경우 국내 산업 현장이 올스톱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요소수 사태가 이슈가 되자 정작 원인 제공자인 중국의 언론은 ‘한국의 자업자득’이라며 화살을 우리에게 돌렸다. 현지 언론은 “국가 경제 및 국민 생활과 관련된 중요한 전략 자원을 자급자족하거나 비축 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적반하장격 주장이지만 단지 비아냥으로만 치부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는 사실이다. 똑같은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핵심 품목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와 자국 생산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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