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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 베팅?···공매도 대기자금 40개월來 최대

대차잔액 77.2조…연초보다 67%↑

"주가 지지부진에 공매도 여건 좋아져"

대우조선·신세계·LG생활건강 등

공매도 비중 큰 종목 이달들어 약세





공매도 폐지 논란이 불붙은 가운데 주식 대차(대여) 잔액이 지난 201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차 잔액이란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 금융 투자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대차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공매도를 통해 하락장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주식 대차 잔액은 77조 2,402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6월 이후 약 40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초(46조 원) 대비 약 67% 늘어난 수치다.

대차 잔액은 코로나19 여파로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72조 원을 넘어섰지만 올해 초 40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5월 공매도 거래를 부분 재개하면서 꾸준히 늘기 시작해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한 8월부터 급증하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해 상승 랠리를 펼치던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보이면서 직접투자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인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공매도 베팅으로 눈을 돌려 투자 수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이달 초 3,000선이 무너진 후 줄곧 2,900~3,000선을 맴돌고 있다.



안진철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 융자 잔액과 고객 예탁금이 감소한 반면 공매도 잔액은 늘었다”면서 “지수가 지지부진하고 거래량이 감소하면 공매도 여건이 더욱 개선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에 공매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전기전자 업종의 최근 3개월 대차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1% 늘었다. 이어 화학과 의약품, 운수장비, 금융업 순으로 대차 잔액이 많았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005930)의 대차 잔액이 가장 많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2일 기준 삼성전자의 대차 잔액 주수는 8,056만 7,745주로 나타났다. 5월 3일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후 최저치였던 지난달 말(5,864만 6,468주) 이후 약 37% 증가했다. 그 뒤는 셀트리온·SK하이닉스(000660) 등 코스피 주도주가 공매도 물량이 많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 리듬을 타던 코스피에 제동이 걸리면서 반도체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족이 늘어났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달 들어 공매도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대우조선해양(042660)(29%)이다. 신세계(004170)가 25.9%로 2위에 올랐고 휠라홀딩스(081660)(22.3%)와 LG생활건강(051900)(18.2%)·크래프톤(259960)(16%) 등이 뒤를 이었다. 공매가 많았던 이들 종목의 주가는 최근 약세를 면치 못했다. 공매도 베팅에 성공한 종목인 것이다. 이날 종가 기준도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3개월 전보다 약 22% 내렸으며 신세계와 LG생활건강도 각각 6%, 19% 떨어져 공매도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매도 베팅이 하락장에서 성공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공매도 물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종목과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이 중복되는 경우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 순으로 비교해보면 대형주·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에 공매도가 몰렸다”면서 “공매도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주식을 빌릴 수 있어야 하는데 대형주의 거래량이 아무래도 많다 보니 공매도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매도 표적이 되기 쉬운 종목을 피해 가려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전 데이터를 살펴보면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비싸거나 영업 부진으로 실적이 안 나오는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됐다”고 했다. 기업의 실적 체력도 공매도를 판단할 또 다른 중요 지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차 잔액이 많은 기업은 공매도 거래로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실적이 담보된다면 주가의 방향성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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