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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다 쓴 크림통까지 책임지는 브랜드가 있다?





혹시 '안소희 수분크림' 들어보신 분? 사실 처음엔 연예인 마케팅,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열심인 또 하나의 브랜드인가 보다 싶었어요. 그런데 자꾸 심상찮은 이야기가 들려오더라고요.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림통, 다 쓴 크림통을 수거하는 프로그램, 심지어 수거한 크림통을 정말로 생분해시켜서 퇴비로 만드는 자체 퇴비화 시스템까지 갖췄다는 놀라운 이야기가요.

용사님들도 아시다시피, '6개월이면 생분해됨'이라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특정한 조건(58도의 온도 등)에서만 분해되잖아요. 정말 그렇게 6개월 내에 생분해가 가능한 자연환경은 당연히 거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생분해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도 없고요. 심지어 생분해 플라스틱은 재활용도 어려워요. 그래서 쓰기 꺼려졌는데, 화장품 회사 '시타(Siita)'가 이런 찝찝함을 해결했다는 거예요. 좀 찾아보니 좋은 의미로 '와 미쳤다..' 싶더라고요. 당장 인터뷰를 요청했죠. 대표님 만나서 무슨 얘기 했는지 풀어볼게요.

◆시타는 어떤 회사?

2020년 10월 창업, 초기부터 '안소희 크림'으로 입소문을 탐. 그러나 판매량이 많을수록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나고 환경을 해친다는 판단에 따라 2021년 3월 생산 중단. 생분해 플라스틱 용기, 크림통 5개 모아 돌려보내면 크림 1개값을 적립해주는 수거 프로그램, 자체 생분해&퇴비화 시설을 마련한 후 2021년 9월 판매 재개. 용기 제작과 생분해 기술까지 외부에 무료로 공개하기로. 판매는 홈페이지에서.


생분해 어렵댔는데..."그래서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시타 크림을 든 문경원 시타 대표님.


에디터 : 사실 저는 생분해&퇴비화 시설이 제일 궁금해요. 어떻게 가능했던 거죠? (취조 아님)

문경원 대표님(이하 문): 사실 관련 연구 자체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다국적 전문가들, 회사들이랑 협력을 해왔죠. 시타를 창업하기 전에 모아둔 돈뿐만 아니라 제 집이랑 차까지 팔아서 투자했어요. 다 쓴 용기를 어느 정도 크기로 분쇄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투입하고 어떤 미생물을 투입해야 하는지, 최적의 온도는 몇 도인지 연구해서 강원도 양양에 퇴비화 시설을 만들 수 있었죠. 한 번에 약 1,000톤을 분해해서 퇴비로 만드는 시설이에요. 생분해에 이론적으로는 6개월이 걸리는데 시타는 3개월까지 줄였어요.

에디터 : 그럼 다른 기업들은 왜 이런 걸 안 하는 걸까요? (취조 아님2)

문 : 기술적 한계라든가 비용 문제, 정부 정책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그리고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 사실 기업이 제품 용기의 폐기까지 책임지고 주도하는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었으니까 시도 자체를 안 했던 거죠.

시타의 퇴비화 시설 풍경./사진제공 =시타


에디터 : 언제부터 이런 계획을 갖고 계셨어요?

문 : 개인적으로 원래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시타를 창업하면서도 염두에 두고 있었죠. 전세계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 업종이 화장품, 커피, 생수인데 앞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쓰레기가 많이 나올) 시장은 화장품 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화장품 소비자들은 가치 소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고요.

에디터 : 종이나 알루미늄 용기를 쓸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왜 생분해 플라스틱인가요?

문 : 종이나 알루미늄 같은 대체재는 한계가 있어요. 유통기한이 줄어든다거나 사용이 불편하다거나 특정 성분, 원료를 못 쓰는 문제들요. 그런데 이렇게 불편한(소비자에게도, 기업에게도) 상품은 애초에 다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그래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해요. 반면 플라스틱은 굉장히 편리해서 환경 문제가 있단 걸 알아도 안 쓰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편리함을 유지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편리하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 보자고 생각한 거죠. 폐기물을 아예 없애는 방법,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요.

"돈 버는 건 시시한 일"


에디터 : 용기 5개를 모아 보내면 크림 1개 값을 적립해 주고, 심지어 택배비도 시타가 부담하기로 했잖아요. 이익 일부는 보육원이나 미혼모 가정 등에 기부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계속되고 있고요. 대표님 발표를 보면 "돈을 버는 건 시시한 일이고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한다"는 명언을 하셨더라고요. 생분해 시설에도 투자 많이 하셨을 텐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건가요?(이런 회사 없어지면 안돼...ㅠㅠ)

문: 단기적인 이익을 생각한다면 애초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말이 안 되니까요. 얼마를 남겨야겠다는 생각보단 우리의 미션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번거로우면 안 된다, 소비자들도 즐겁고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과거에 경영 컨설팅 사업을 해 본 경험도 있고, 이익 부분은 잘 맞춰 가면서 하고 있어요.

종이 충전재에 담겨 배송된 시타 크림


에디터 : 앞으로 크림 말고 다른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시죵?

문 : 네. 시장을 바꾸려면 시타가 더 큰 성공을 거둬야죠. 다양한 제품을 연구하는 중이에요.(에디터도 한 가지 들었지만 아직은 비밀!) 그리고 생분해, 퇴비화 관련해서 새로운 국제 표준을 만들고 싶어요. 표준화하면 아무래도 '제로웨이스트'의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지고, 국가나 기업들에 요구하기도 쉬워지니까요.

에디터 :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회사를 함께 이끌어 온 시타 팀원분들 자랑도 좀 해 주세요.

문 : 각 분야에서 정말 뛰어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에요. 시타의 미션과 비전에 공감하고 인생을 불태워보겠다, 하는 분들이죠.

에디터도 시타 크림을 써봤는데(feat.내돈내산) 사실 비싼 화장품을 써도 잘 모르는 둔한 피부라 성능 평가(?!)는 용사님들께 맡길게요. 그래도 찬바람 부는데 아무 것도 안 바를 수는 없으니까 제일 지구에 해가 안 가는 제품으로 쭉 쓰려고요. 시타 크림은 이브 비건 인증도 받았다는요.

“진정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제품은 다음 세대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타의 철칙이 앞으로 어떤 놀라운 성과를 거둘지 기대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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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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