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기업 경영을 옥죄는 규제의 파고가 휘몰아친다.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탄소 배출량 감축 의무를 정한 탄소중립기본법 등 경영 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규제 3법이 한꺼번에 시행된다.
이들 뭉텅이 규제는 기업의 경영 현실을 도외시한 데다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은 과도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경쟁국들이 미래 경제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하도록 했다. 이는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법 자체의 모호성과 하위법령으로의 위임 근거 부재 등 법률의 흠결이 뚜렷하다”며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잉 처벌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내년 초 시행되는 탄소중립기본법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것이 골자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전통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굴뚝 산업의 친환경 전환 비용만 오는 2050년까지 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감축 목표를 4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막무가내 정책에 기업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올해 말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경우 대상 기업이 265곳에서 709곳으로 대폭 늘어난다. 규제 기준의 범위를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에서 지분율 20% 이상인 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는 자회사로 넓혔기 때문이다. 보안 유지, 안정적 공급선 확보 등에 필요한 계열사 간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지분 처분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내년 초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까지 대거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보완하거나 시행 시기를 늦춰 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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