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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홍남기 부총리 '부동산 담화'의 몇 가지 문제점

대책은 없이 국민에게 집값 상승 책임 돌려

"공급 충분"? 언급 물량 절반은 빌라·단독주택

경찰청장 대동 "시장교란행위 단속" 으름장

"사유재산에 무슨 공유지의 비극?" 비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부동산 대국민 담화 이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홍 부총리가 ‘집값 고점론’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최근 두 달 새 벌써 다섯 번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세종 자이 더 시티’ 1순위 청약에는 22만명이 넘게 몰리며 평균 경쟁률 199.7대 1을 기록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내용이 부실한 담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와대가 홍 부총리의 등을 떠밀어 발표하게 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기재부는 보도반박자료를 내면서까지 이를 부인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달 30일 부총리 주재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정확한 시장상황 정보, 부동산 정책방향과 추진계획 등에 대해 국민들께 관계기관장이 함께 보다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홍 부총리는 지난 5일과 19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준비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집값 상승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공직자로서의 소신 때문에 홍 부총리가 담화를 준비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담화의 내용과 형식 면에서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론이 비판하는 몇 가지 지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함께 참석했다. /연합뉴스


①특단의 대책 없는 맹탕 담화

홍 부총리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과 함께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27번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대책의 반복뿐이었습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하반기에 그 무엇보다 주택공급 확대에, 그리고 대출 등 수요 관리 및 투기 근절에 모든 정책역량을 쏟아붓겠다”면서 “기존의 주택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한편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 택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내용이라면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공공택지에서 민간택지 등으로 확대하고 2·4 대책 당시 발표했던 신규택지 개발 공급물량 중 남은 13만 가구 공급계획과 정부과천청사 대체부지, 태릉 골프장 개발 계획 등을 다음 달 내 확정해 발표한다는 정도입니다. 다만 이 역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존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일 뿐 특단의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룡 경찰청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②정책 반성은 없이 ‘국민 탓’

더 큰 문제는 집값 상승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반성은 없이 국민의 책임으로 돌렸다는 점입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은 부동산 시장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기대 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 거래가 비중 있게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 불안의 핵심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물량 부족을 호소하는 시장 평가와 달리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 3,000가구로 평년 수준”이라며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 가구 이상 공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올해 서울 입주 물량 8만 3,000가구 중 절반 수준인 4만 1,000여 가구는 아파트가 아닌 빌라·단독주택입니다. 시장 선호도가 낮고 매매 및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작지만 이를 근거로 공급이 충분하다고 본 것입니다.

임차인의 전월세 갱신 요구권을 확대한 임대차 3법과 댜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전세 및 매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정책에 대한 반성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경찰청장을 대동하고 “시장 교란 행위를 엄중 단속하겠다”며 국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홍 부총리는 불법·편법거래와 시장교란 행위가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토부가 지난해 2~12월 전국 주택 거래 71만여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실거래가 띄우기로 의심되는 사례는 12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포함한 법령 위반 의심 사례는 총 69건으로 전체 거래의 0.009% 수준입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③사유재산 문제에 ‘공유지의 비극’?

부동산 시장 문제를 두고 경제학 개념인 ‘공유지의 비극’을 언급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정부나 공동체가 소유하고 있는 자원을 사람들이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조심성 없이 다뤄 빠르게 훼손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경제학원론’에서 이를 언급하며 유명해졌고 교과서에서는 개인의 재산권 확대를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동원할 수 있는 지혜를 모두 동원해 막중한 결정을 하는 개인의 주택 구매는 공짜라는 이유로 쉽게 망치는 공유지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며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빵’ 발언을 능가하는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유승민 전 의원도 “사유재산인 주택에 무슨 공유지의 비극이 있느냐”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무지한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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