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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분석
"文정부 무능에 실망"···개혁성보다 국정능력이 '리더의 자질'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MZ세대 그들이 궁금하다-정치 성향

보수:중도:진보 비율 2.5 : 5 : 2.5

탈정치 가속…생존이 최우선 가치

고용 등 삶의질 높일 지도자 원해

철저히 능력 기반, 실용주의 요구

국정운영·공정성 중요한 정치덕목


내년 재집권 플랜을 짜고 있는 여당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청년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집토끼’인 줄만 알았던 청년들의 민심 이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청년이 매달 10만 원을 저금하면 정부가 30만 원을 추가 적립해주기로 하는 등 각종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청년에게 매년 20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수당 대책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구애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61주년을 맞아 1990년대생 청년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담긴 결과는 기성세대의 판단과 달랐다. 이들은 탈(脫)이념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능력에 기반한 실용주의 대책을 위 세대에 요구했다. 기성세대가 정치와 이념의 낡은 가치에서 벗어나 성장을 위해 판을 뒤엎어달라는 게 청년들의 목소리인 것이다.

1990년대생 인식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탈정치·탈이념화다. 설문에 응답한 청년 중 47.4%가 스스로를 중도 성향으로 판단했다. 청년 2명 중 1명은 진보나 보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판단을 내릴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나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26.4%, 26.2%로 거의 같았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황금 비율’이 만들어진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층의 지상 과제는 이념이 아닌 생존”이라며 “정치나 이념을 떠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들의 비정치화가 가속화되면서 학생들의 무관심에 몇 년 전부터 주요 대학들이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올해 투표율 미달로 꾸려지지 못해 3년째 총학생회를 출범하지 못했다. 고려대도 최근 3차 선거까지 무산돼 총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박기영(24·가명) 씨는 “2학년 때 학회나 동아리에서 모두 탈퇴했다”며 “취업이나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회나 학생회 모임은 우리 세대에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년층에서 급격한 ‘우클릭’이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 5년 동안 정치적 이념 성향이 변화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26.0%가 중도 또는 진보에서 보수 쪽으로 성향이 변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반대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한 답변(9.6%)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보수 성향으로 변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38.5%가 진보 진영의 능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으로 대표되는 불공정에 대한 실망(33.1%)보다 무능력을 더 참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1990년대생들이 가장 중요한 정치 덕목으로 꼽은 것도 국정 운영 능력(35.2%)이었다. 공정성(20.8%)이나 사회 통합 및 소통(17.0%), 미래 비전(11.8%), 도덕성(11.4%) 같은 덕목보다 능력을 핵심 가치로 둔 것이다. 구체적인 과제로 보면 부동산 시장 안정(29.4%)을 국정 운영 1순위로 풀어달라고 요구한 응답이 가장 많았고 고용 안정 및 일자리 창출(18.4%), 코로나19 대응(18.0%), 양극화 등 불공정 해소(15.0%), 내수 경기 회복(12.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정부가 공을 들인 권력기관 개혁(2.8%)이나 남북 관계 및 외교·안보(2.6%)를 국정 우선 과제로 지목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보수와 진보 진영이 번갈아 실패하면서 청년층의 탈이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경제·고용 등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줄 수 있는 지도자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상 밖 조사 결과도 있었다. 특히 자동차 3사 노조 등이 요구하고 있는 정년 연장에 대해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찬성 의견을 낸 청년 비중이 74.2%에 달한 것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치로 볼 수 있다.

정년 연장에 동의한 응답자 2명 중 1명(53.9%)은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 연령을 65~66세까지 5세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67~69세(18.9%)까지 높여야 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고 70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응답 비중도 7.3%에 달했다. 1990년대생이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정책을 짤 경우 자칫 정책적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신 교수는 “20대와 50대가 둘로 나뉘어 다투는 것처럼 묘사되고 이런 갈등이 일반화된 것처럼 보는 것은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불평등 문제를 왜곡할 수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다”며 “청년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직업을 더 유지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설문에서 이른바 ‘젠더 갈등’의 단초가 발견된 것은 우리 사회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성향에 관한 응답에서 남녀 모두 중도라고 응답이 비율이 각각 45.5%, 49.6%로 가장 컸지만 남자의 경우 보수 성향 비중이 35.2%에 이른 반면 여성은 진보 성향 비중이 33.9%로 더 높았다. 지난 5년 내 보수화됐다는 응답도 남성 중 비율은 33.7%에 달했지만 여성 비중은 17.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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