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 20%만 재무 개선...기업 곳간도 K자형 양극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며 매출액 상위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상장사의 재무 안정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업종과 규모별로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양극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 및 코스닥 비금융 상장사 820개사의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재무제표를 비교·분석한 결과 차입금의존도가 기업 규모별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차입금의존도란 총자산에서 총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고 기업의 수익성·안정성이 하락한다.

올해 1분기 상장사 전체의 차입금의존도는 21.6%로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매출액 상위 20%의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1.8%로 전년동기 대비 1.0%포인트 감소한 반면에 하위 80% 기업은 20.6%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5대 코로나19 피해 업종의 차입금의존도도 희비가 엇갈렸다. 관광레저(8.4%포인트), 면세점(2.2%포인트), 조선(0.7%포인트)은 1분기 차입금의존도가 지난해보다 증가해 팬데믹 초기에 비해 재무 안정성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항공과 숙박은 각각 전년 대비 8.9%포인트, 0.6%포인트 감소하며 재무 안정성이 개선됐다. 관광레저 업종은 영업 환경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차입금 확대로 대응해 차입금의존도가 급증한 데 반해 항공 업종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차입금을 상환한 결과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관광레저, 음식·숙박 등 코로나19 피해 업종은 대부분 자산 매각과 차입금 확대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운영자금 금융 지원 확대 등 코로나19 피해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