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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농사판 뒤집고…산업계 흔들고…애태雨네

■비의 경제학

잦은 봄비, 논농사 물 걱정 덜어주지만

과수는 품질 하락·병충해 발생 가능성 커

긴 장마엔 건설·조선업 등 조업 악영향

농림축산도 피해, 작년 복구비만 4,483억

비 안오는 '마른장마'도 가뭄·산불 피해





# 여름철 역대 최다 강수량(970㎜)으로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 2011년 9월, 경찰은 강원 평창군 대화면에서 옥수수를 밭떼기로 훔친 임 모 씨와 이를 장물로 취득한 김 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임 씨는 120만 원 상당의 옥수수 24접을 밭떼기로 구입한 것처럼 짜고 김 씨에게 옥수수를 인계하다 적발됐다. 긴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는데 김 씨가 산지 가격보다 30~40% 싸게 옥수수를 넘겨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 땅이 타들어가는 가뭄이 이어졌던 2017년 5월, 전남 무안군 운남면 양곡마을에서는 모내기를 한 79만 388㎡의 논 중 54.4%인 42만 9,752㎡에서 모가 고사했다.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날릴 정도였다. 마을 저수지는 바닥을 완전히 드러냈고 농심도 타들어갔다.

‘농사는 하늘에 달렸다’는 옛말이 슈퍼컴퓨터가 기상정보를 예측하는 시대에도 구문은 아니다. 농사는 비가 많이 내려도 탈, 안 내려도 탈이다. 그나마 올해처럼 잦은 봄비가 내리면 6월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많은 물이 필요한 논농사에는 긍정적이어서 농민들이 시름을 조금은 덜게 된다.

하지만 봄비가 과수에는 재앙이다. 비를 맞아 꽃이 떨어지면 열매가 작아지고 당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과수화상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과수 흑사병’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에 감염되면 사과·배 등의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붉은 갈색 또는 검정색으로 변하고 마르게 된다. 특히 비가 오면 과수화상병 균이 주변 가지로 퍼져나가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봄비가 잦았던 올해는 벌써 전국 124개 농장 66.6㏊(5월 26일 기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발견 시기도 빠르고 기존에 과수화상병이 생긴 적 없던 경기 남양주시 등에서도 확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크게 높은데 지난해처럼 긴 장마나 잦은 폭풍마저 닥치면 농가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강우량은 평년에 비해 200~700㎜ 많았고 부산과 광주는 태풍으로 보통 때보다 약 2배 많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집중호우와 태풍 바비·마이삭·하이선으로 침수 및 낙과 피해를 입은 농지 면적은 15만 8,105㏊에 달했다. 3,126.6㏊의 농지는 유실·매몰 피해를 입었고 소·돼지, 가금류 등 가축이 폐사하며 축산 농가의 피해도 막대했다. 정부는 장마·태풍에 따른 피해 복구비로 지난해 4,483억 3,900만 원을 지출했다.

긴 장마는 특정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 업종은 건설업.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7월 전년 동월 대비 4%, 8월에는 11% 감소했다. 여름철 역대 최다 강수량을 기록한 2011년 7월에는 건설 생산지수가 14%, 같은 해 8월에는 9% 각각 감소한 바 있다. 야외에서 작업하는 조선업 가동률지수(원지수)는 지난해 7월 131.2에서 8월 104.7로 급감하기도 했다.



큰비도 문제지만 장마 기간에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가 출현해도 골치를 썩는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가뭄 피해 면적은 3만 9,826㏊로 전년(7,358㏊) 대비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는 9,457㏊, 2018년에는 2만 2,767㏊, 2019년에는 3,112㏊의 논밭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경기미’ 재배 지역인 경기 여주시와 이천시는 2017년 가뭄이 들자 인근 DB하이텍 공장에서 공업용수를 끌어다 간신히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폭염과 마른장마는 여름 산불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8년에는 7~8월에만 61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농업인의 이상기후 대응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 이상기후가 보다 빈번하고 보다 높은 강도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 농업인은 91%에 달했다. 악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소는 폭염(40.6%)과 가뭄(25.7%), 태풍(15.1%), 호우(11.1%) 순이었다. 농경연은 “농업인들이 이상기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맞춤형 이상기후 정보 및 영향 정보, 대응 기술을 종합 제공하고 이상기후 대응 교육과 정책 홍보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여름철을 앞두고 태풍·호우는 물론 폭염 등 시나리오별 재해 대책을 마련했다. 태풍·호우 상황을 선제 관리하기 위해 예보 시간 단위를 기존 3시간에서 1시간으로 개선하고 댐 방류 사전 예고 시간 역시 기존 3시간 전에서 24시간 전으로, 산사태 위험 예보는 기존 3시간 전에서 12시간 전으로 앞당겼다.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해우려지역도 기존 3,218개소에서 7,257개소로 확대하고 자율방재단은 기존 시군구 단위(228개)에서 읍면동 단위(3,491개)로 확대했다. 폭염에 대비해서는 무더위 쉼터를 늘리고 옥상 녹화, 도시 바람길 숲 조성, 그늘막 설치 등의 지원책을 준비해놓고 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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