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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4배' 상속세 내고 소아암 돕고…삼성家 '작은 거인의 뜻' 지켰다

[삼성家 '세기의 상속']

◆이건희 재산 60% 사회환원

"납세는 국민 당연한 의무" 강조

이재용·이부진 등 5년 연납 예정

감염병 치료에 환아 지원 기부도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실천

"고인의 철학 받드는 최적 선택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평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0년 7월 삼성복지재단의 '꿈나무 어린이집 ' 현판식에 참여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사재 1조 원을 출연해 감염병 전문 병원을 설립하고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나선다. /사진 제공=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은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인 12조 원을 상속세로 납부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은 상속세 외에도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으로 3조 원가량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던 이 회장의 철학은 유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빛이 났다. 암이나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돌봄이 필요한 저소득층 어린이들에 대해 각별했던 생전의 관심 역시 사회 환원의 원칙으로 지켜졌다.

28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별세로 발생한 상속세 약 12조 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막대한 금액이다. 이날 오전 진행된 사회 환원 계획안 발표는 이달 30일로 정해진 과세 당국 신고 기한을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그룹 경영권의 승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 4명은 향후 5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나눠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납세의무를 다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문에서 유족들은 “납세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가(家)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유례가 없는 규모라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 최대 상속세 납부액은 지난 2018년 타계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유족에게 부과된 9,215억 원이었다. 고 구 회장의 지분을 대부분 상속한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은 7,160억 원의 상속세를 연부연납으로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4,500억 원 규모였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족들은 2,700억 원대 상속세를 부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세계적 기업인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의 상속세가 28억 달러(약 3조 1,164억 원)로 삼성가에서 내야 하는 금액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 부담에도 추가적인 사회 환원을 약속한 삼성가의 결단에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받는 현시점에서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한 결정은 인간 존중, 인류 사회 공헌이라는 고인의 철학에 부합하는 ‘최적의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전에 이 회장은 전국 곳곳의 삼성의료원을 비롯해 1994년 삼성서울병원 설립, 2000년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 300억 원 기부 등을 통해 꾸준히 한국의 의료 수준을 높여왔다. 이날 이 회장이 기부하기로 결정한 7,000억 원 가운데 5,000억 원은 초일류 감염병 전문 병원 건립에 쓰인다. 국내 최초로 만들어질 감염병 전문 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총 150병상 규모로 음압 병상, 음압 수술실, 생물 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춘다. 나머지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백신 개발 연구 등에 활용된다.

사회 환원 계획의 또 다른 키워드인 ‘환아 지원’도 이 회장의 애틋한 어린이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인은 1989년 우연히 부모도 없이 길거리를 떠돌고 있는 아이들을 목격했고, 그날 이후 기업의 재원을 활용해 전국 곳곳에 어린이집을 세우는 등 국가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위한 보육·교육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이 같은 행적은 의료 공헌에 투입되는 3,000억 원에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 재원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주축으로 만들어지는 별도의 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소아암, 희귀 질환 환아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지정문화재 등 이 회장이 소유했던 미술품도 이날 결정으로 전 국민의 것이 됐다. 미술계에서는 기증 예정 문화재와 미술품의 가치를 10조 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족들은 일찌감치 국립 기관에 미술품을 기증하기로 결정하고 국립중앙박물관 등과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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