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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고난도' 수전해 기술, 美·獨 산업화 단계인데 韓은 걸음마[서울포럼 2021]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략 : 초격차 수소경제에 길이 있다

< 2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시급한 그린수소 생태계

재생에너지 단점 보완 '그린수소' 핵심으로 부상하지만

韓, 천연가스 개질생산 수준…선진국에 5년 이상 뒤처져

"정부, 과감한 원천기술 지원 필요…공급망 대책도 절실"

독일 서부 도시 마인츠에 위치한 풍력에너지 기반 수소생산시설 '에네르기파크 마인츠' 전경. 독일 대표 제조기업 지멘스의 PEM 수전해 설비를 사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사진제공=지멘스




독일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에는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수소충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하루에 20대의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이곳은 필요한 수소를 모두 친환경 에너지로 확보한다. 인접한 40기의 풍력발전기가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연료를 만들고 이를 수소차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 산업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독일은 충전하고 남는 수소를 트레일러로 운반해 인근 열병합발전소 등에 투입하는 등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수소가 청정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생산 방식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공정에서는 이산화탄소(CO₂)가 부산물로 생기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 역시 탄소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독일과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일찌감치 ‘그린수소’의 핵심인 수전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수전해 기술은 전기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로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탄소를 만드는 ‘그레이수소’와 차별화된다. 기술적 난도가 높고 경제성에도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르지만 탈(脫)탄소 시대를 맞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독일 정부가 지난해 국가 수소 전략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수전해를 통해 생산되는 그린수소만이 미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고 못 박은 것은 이 같은 인식에서다.

재생에너지 단점 보완할 ‘꿈의 기술’

각국이 수전해 기술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탈탄소 흐름에 맞춰 각국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앞다퉈 늘리고 있지만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고유 특성 탓에 전력망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날씨가 좋아 수요 이상의 전력이 송배전망에 투입될 경우 자칫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터라 애써 만든 전력을 쓰지도 않고 버려야 할 판이다. 하지만 수전해 기술을 활용하면 전력 수요를 상회하는 공급 전력을 수소로 저장하고 이를 필요할 때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본부장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해 쓰지 못하고 버려야 할 전력이 생길 수 있다”며 “잉여 전력을 수소로 저장해 예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전해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전해 기술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쓰이면 경제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용화된 수전해 방식은 70도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 저온 수전해 방식인데 투입 전력 대비 회수 가능 에너지 효율이 65% 정도에 그친다. 돈 들여 만든 전기를 써서 수소를 만들고 다시 이를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잉 생산으로 버리는 전기를 활용할 경우 수소 생산 원가가 ‘0’인 만큼 만들면 만들수록 수익을 낼 수 있다. 수소 산업 육성에 나선 주요국이 수전해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후발 주자 중국과도 격차...정부 지원 확대해야

우리 정부도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주요국들은 안정적인 전기로 수소를 물에서 분리해내는 1세대 수전해 기술을 지난 1990년대부터, 재생에너지 등 불안정한 전기로 수소를 분리하는 2세대 수전해 기술을 2008년께부터 개발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03년에야 수소에너지사업단이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터라 원천 기술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소 생산 분야 원천 기술 수준(62.5)은 미국(100), 독일(97.5), 일본(96.7)과의 격차가 크고 후발 주자로 평가받는 중국(63.3)에도 한발 뒤져 있다. 국책 연구 기관의 한 관계자는 “수소차나 충전소 이상으로 중요한 게 수전해 기술”이라며 “경쟁국에 비해 진출이 늦은 만큼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 기술 개발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수전해 기술 상용화를 뒷받침할 공급망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전해 설비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인근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데 단지가 전국에 분산돼 있는 데다 전용 배관도 없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전용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운반할 경우 운송비(㎏당 3,000원)가 생산비(2040년 기준 4,000원) 수준에 달한다.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배관을 활용하는 ‘Wind2H2’ 프로젝트처럼 수전해 기술로 생산한 수소를 어떻게 운송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 본부장은 “생산지에서 수요지까지 전용 배관이 마련되면 운송비를 ㎏당 500원까지 줄일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수전해·배관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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