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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용도 구분없이 쓴 만큼 받겠다”...요금개편 속도내는 한전

‘2021년~2025년’ 경영보고서...5년 내 전기요금 개편

용도별서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

2023년 산업용 경부하 요금 조정





한국전력이 용도별로 구분된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전압을 기준으로 2025년까지 바꾸기로 했습니다. 발전소에서 수요처로 전기를 보낼 때 전압이 낮을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현행 용도별 요금체계에는 이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금제가 전압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되면 저압의 전기를 사용하는 농가와 일반 가정의 요금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시에 한전이 2023년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조정할 것을 시사한 만큼 산업계의 부담도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5일 한무경 국민의힘의원실과 한전에 따르면 한전 이사진은 지난 10월 이사회에서 ‘2021~2025년 중장기 경영 목표’ 보고서를 회람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는 전력 사업 효율성 제고 방안을 포함해 전력 수급 안정안, 신사업 확대안 등이 담겼다. 전력 사업 효율성 제고안에는 요금제 개편 일정이 적시됐습니다. 한전은 2021년 연료비 연동제로 개편한 후 이듬해 전압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2025년 전압별 요금제 중심 체제를 시행할 방침입니다.

전압별 요금제는 수요처에 공급하는 전압 수준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형태입니다. 현행 요금제는 전압이 아니라 산업용·일반용·주택용 등 7개로 나뉜 용도별 요금제입니다. 현행 용도별 요금제를 통폐합한 뒤 전압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한전의 계획입니다. 한전 안팎에서는 과금 체계가 유사한 산업용·일반용·교육용을 통합해 단순화하고, 주택용·농사용 요금제 등은 지금처럼 구분을 두되 세부적으로 전압별 과금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한전이 전압별 요금 체계 도입을 공식화한 것은 현재 전기 요금 책정 과정에 반(反)시장적인 요인이 지나치게 작용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요금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서민 물가 관리나 산업 지원, 농어민 보호 등 정책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압이 저압이고 발전소에서 먼 지역에서 소비할 경우 전력 공급 비용이 높습니다. 하지만 제1차 석유파동 이후부터 정부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저소득층 요금 부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 비용이 요금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용도별 요금제를 고수해왔습니다.

한전은 용도별 요금 체계가 굳어지면서 요금과 공급 비용의 간극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사용 전기 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37.1%로 추정됩니다. 주택용과 교육용의 회수율 역시 각각 74.6%, 84.2%로 원가에 한참 못 미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가 이상을 내는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 요금으로 곳간을 메우는 실정입니다. 동일한 곳에 동일한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원가가 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안정, 신사업 활성화, 사회적 약자 지원 등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정치가 과도하게 전기 요금 체계에 개입해 (전기 요금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투명성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전의 계획대로 요금제가 전압을 중심으로 개편되면 전력 사용 규모가 작고 발전소와의 거리가 멀수록 요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체적으로 산업용 보다는 저압 전력을 사용하는 주택용과 농업용이, 도심보다는 지방의 전기 요금이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전은 또 2023년 산업용의 시간대별 요금제를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산업용 전기 요금에는 경부하, 중간 부하, 최대 부하 등 시간대별로 차등 요금제가 적용되는데, 전력을 많이 쓰는 낮 시간대에 높은 요금이, 적게 쓰는 심야 시간대에 낮은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경부하 시간대의 요금 수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다 보니 본래 취지와 달리 전력 과소비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계획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한전은 경부하 요금제를 우선 손볼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요금제 개편이 최종 완료되면 가정·농가뿐 아니라 산업 부문에서도 전기 요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요금체계가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요금제 개편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에 따라 한전의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요금제 개편은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가뜩이나 탈원전 정책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는 정권 입장에서 서민 경제에 민감한 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전기 요금 체계를 개편하려면 한전이 개편안을 마련한 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치고 다시 전기위원회 심의를 받은 뒤 최종적으로 산업부가 인가해야 합니다. 최종 결정 권한은 정부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한전은 실질적인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은 요금 체계 개편 시점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이후인 오는 2025년으로 정해 숙원 사업인 요금 체계 개편과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타협안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인 듯합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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