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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아우성에도 입법 강행...결국 한밤중에 전격 철회[유보소득세 국회서 제동]

씀씀이 큰 정부, 세수 확보에만 매달리다 산업 현장 간과

적립 허용 기간 5년 확대 등 접점 찾아가다가...없던 일로

여야 "입법 보류"...정부 재추진 한다 해도 2023년에나 가능

김기문(오른쪽)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초과 유보 소득 과세 관련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고용진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중기중앙회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초과 유보 소득세 도입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중소·중견 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굴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애초부터 초과 유보 소득 과세가 세수 확보에 집착한 무리한 입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업 현실을 무시한 법안”이라는 공감대가 여야 할 것 없이 형성된 것도 이번 조세소위의 결정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법안의 집중 타깃이었던 중소·중견 기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본부장은 “경영 투명화를 위해 가족 기업의 법인화를 유도해왔던 정부가 탈세하기 위해 법인 전환을 하고 있다는 논리로 무리한 과세를 추진한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이제라도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최악의 결론을 받아들게 됐다. 특히 경제 사령탑 격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로서는 또 한 번의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전월세 등 부동산 대책, 3차 재난지원금 등 굵직굵직한 경제 현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왔던 홍 부총리로서는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초과 유보 소득세마저 산업계의 반발로 국회 관문을 넘지 못하게 돼 체면을 구기게 됐다.

본지가 초과 유보소득 과세에 대해 처음 문제제기한 7월27일자 1면.


◇온갖 무리수 ‘초과 유보 소득세’, 결국 국회서 좌초=초과 유보 소득 과세안은 2022년부터 개인 유사 법인의 초과 유보 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안이다. 세법 개정안 자체가 개인소득세의 최고 세율은 45%, 법인 소득세의 최고 세율은 25%라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사실상의 가족 기업이 법인을 만든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나쁜’ 절세를 일삼은 가족 기업을 잡아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녹아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계는 이 안이 유보금을 쌓아 비상시 활용하고 미래 투자에 나서는 기업 현실을 외면했다면서 강하게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조세소위에서도 논의 진전이 어려웠다. 일단 정부는 배당·이자 등 수동적 수입의 비중이 2년 연속 50% 이상인 기업을 ‘수동적 사업 법인’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되 어떤 기업을 과세 대상에서 뺄지를 놓고 산업계와 충돌했다. 중소기업 쪽에서는 당초 제조업·건설업 등 생산 기업을 다 빼달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정부는 이렇게 되면 개정안이 유명무실해진다며 반대했다. 그래서 직원 수를 놓고 중소기업은 5인 이상, 정부는 10인 이상 기업으로 과세 제외 기업을 정하자며 대치해왔다. 적립금 유보 허용 기간의 경우 기존 2년 안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논의 진전이 없었다. 달리 보면 그만큼 법안의 목표와 과세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뜻과도 같았다. 조세소위가 이날 밤늦게 사실상 법안 폐기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다.

◇가슴 쓸어내린 기업들 “기업 기 살리기 나서달라”

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유보 소득 과세는 중소기업의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의 전형이었다”며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적까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 기업 옥죄기에 나섰던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잘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일정 규모 이상 현금을 쌓아놓지 않으면 수주 절벽 시기를 견뎌낼 수 없어 생존이나 미래 투자를 위해 유보금을 쌓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모처럼 만에 정치권이 정부의 폭주를 제어해준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세수 확대를 위한 무리한 법안 추진이 다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초과 유보 소득세의 경우도 세금 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개인 유사 법인과 관련한 과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세수 확보 목적이 컸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지금과 같은 정부 씀씀이라면 국가 채무가 올해 846조 9,000억 원에서 4년 뒤 1,334조 5,000억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중견 기업 임원은 “정부가 세수가 부족하니 기업 팔을 비틀고 있는 게 아니냐”며 “예산을 방만하게 짜니 돈이 모자라고, 결국 무리한 법 추진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양종곤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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