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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뒷북경제]이재명發 지역화폐 효과 있다? 없다? 지적만 해도 적폐일까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소비지원금 지급안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역 화폐의 역효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조세재정연구원을 향해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발단은 국책 연구 기관인 조세연이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입니다.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지역 화폐가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이고, 발행 보조금 지출에 따른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해당 보고서가 발간되자 이 지사는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 연구 기관’이라는 제목을 글을 남기고는 해당 연구가 나온 경위를 엄정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지역 화폐의 실효성이 입증됐다며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 사랑 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15조 원대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지역 화폐가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생산 유발이라는 다중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소비 집중 완화로 지방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역 화폐의 실효성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인데 양측의 논거 그리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기사를 통해 자세히 풀어보려 합니다.



◇ “정부 보조금 지출, 올 한 해 2,260억 손실”

우선 조세연은 보고서를 통해 지역 화폐 발행을 위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손실과 지역 화폐 운영을 위한 비용 문제를 지적합니다. 조세연은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총 9조 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할 경우 연간 9,000억 원의 발행 보조금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같은 금액의 현금보다 활용성이 낮은 지역 화폐의 판매·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액면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지역 화폐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9,000억 원의 보조금 가운데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하는 순손실은 460억 원 규모로 추정했습니다. 또 지역 화폐 발행 시 액면가의 2% 정도인 인쇄비와 금융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올해 연간 1,800억 원 규모의 부대비용도 발생한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과 지역 화폐 운영을 위한 비용을 합한 경제적 순손실은 올 한 해 총 2,260억 원에 달한다는 게 연구진이 도출한 결론입니다. 이외에도 지역 화폐를 싸게 팔아 현금화하는 일명 ‘현금 깡’에 대한 단속 비용과 일부 업종의 물가 인상 효과에 따른 실질 구매력 하락 등 지역 화폐 발행으로 인한 손실이 다양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 지사는 반박에 나섰습니다. 지역 화폐는 전자 화폐로 지급돼 ‘현금 깡’ 가능성이 없고 재충전이 가능하기에 발행 비용이 반복적으로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조금과 발행 비용과 관련해서는 “지역 화폐를 두고 ‘깡’의 위험성이나 과도한 발행 비용을 문제 삼는 것도 이상하다”고 밝혔는데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습니다.



◇“제로섬 게임, 특정 지역·산업에 국한…전체 후생 증대는 글쎄” vs “추가 소비 효과 多, 매출액 증대”

다음은 이번 논쟁의 핵심인 지역 화폐의 실효성 측면입니다. 조세연은 보고서를 통해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하는 지역 화폐가 일종의 보호무역 조치처럼 인접한 다른 지역의 소매업 매출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특정 지자체의 지역 화폐 발행은 인접한 지자체의 지역 화폐 발행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데, 결국 모든 지역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매출 증가 효과는 줄고 발행 비용만 순효과로 남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종의 제로섬 게임처럼 지역 내 매출 증가는 인접 지자체 소매점 매출 감소 피해를 대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조세연 연구진은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200만 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총 생산(GRDP·2010년 기준) 1%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할 경우, 소상공인 총매출이 시뮬레이션에 따라 기존 매출 대비 0.5~6.9% 감소했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산업별로도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GRDP 중 1% 규모로 추가 발행 시 슈퍼마켓이 14.1~15.3%, 음·식료품점이 8.2~11.1% 매출이 증가한 반면 음식점 매출은 3.3~5.2%, 미용·욕탕서비스업은 0.6~4.2%, 화장품·안경·귀금속 등 기타 상품전문 소매업은 2.2~2.8% 각각 감소했습니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김 원장은 ‘구성의 오류’라는 개념을 들어 “지역들 개별 단위의 후생 증대가 국가 단위의 후생 증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남시·경기도 지역 입장에서 평가할 때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평가할 때는 상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 에는 “추가 지역 화폐 발행이 가능한 지역 위주로 경제 활성화가 진행되고 나아진 재정여건으로 더 많은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보다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습니다.





이 지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그는 “지역 화폐는 타 지역이 아닌 자기 고장의 소비를 촉진하는 측면과 중소상공인 매출 증대 지원을 통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 유통 공룡으로부터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 하려는 측면 두 가지가 있다”며 “지역 기준으로 볼 때 전체매출이 동일 할 수는 있어도, 유통 대기업과 카드사 매출이 줄고 중소상공인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연구할 것도 없는 팩트”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1차 재난 지원금에서 보듯 지역 화폐는 저축을 할 수 없고 반드시 소비해야 하므로 승수효과가 크다”며 “조세연 주장처럼 아무 효과가 없는데 문재인 정부의 기재부가 2019년부터 지역 화폐 지원을 계속 늘려 내년도에 2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지역 화폐 발행을 15조 원까지 늘릴 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경기연)은 지역 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소상공인 매출액이 증대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2019년 1∼4분기 지역 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분석’ 정책브리프 보고서에서 “지역 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현금·신용카드 등의 추가 소비 효과로 이어져 소상공인 매출액이 추가로 57% 증대된다”고 밝힌 게 대표적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도내 3,800여 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지역 화폐 총결제액은 2분기 7억 3,000만 원에서 4분기 9억 5,000만 원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연구원은 매출액 증대 효과를 패널분석 확률효과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역 화폐로 결제 경험이 있는 점포는 그렇지 않은 점포에 비해 월평균 매출액이 206만 원 상승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추정했습니다. 나아가 지역화폐 결제가 있던 시기가 없었던 시기에 비해 매출액이 월평균 475만 원 높았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아울러 지역 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추가 소비 효과가 57%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는데 지역 화폐를 사용하면 현금이나 신용카드 결제액도 동반 상승해 추가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 지사 그리고 경기연구원 측은 지역 화폐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기가 2019년 이후인데 데이터에서 이 시기를 배제한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도 내놨습니다. 조세연이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했는데, 해당 시기는 상대적으로 지역 화폐 발행액도 미미했고 인식도 저조해 본격적인 정책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던 시기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 “둘 다 일리 있다…지역 사정 종합해 결론내야”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양측의 연구, 그리고 논리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 내에 소비를 유발하고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효과가 있지만, 전국 그리고 산업 전반으로 시각을 넓혀서 본다면 조세연과 같이 충분히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조세연의 보고서는 전국 사업체를 전수 조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반면 경기연구원 보고서는 지역을 경기도로 특정하고 지역 화폐 카드형 이용이 가능한 매출 10억 원 미만의 소상공인으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연구원 보고서와 조세연 보고서는 데이터 자체가 다르니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지역 화폐의 경우 사용 지역과 기간이 한정돼있다 보니 일부 소비가 느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산업 전반으로 넓혀 본다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역 화폐의 경우 음식, 숙박업에서 절반 가까이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나머지 30여 개 업종에서의 사용은 다 합쳐서 20%가 넘기 힘들기에 산업 전반으로 봤을 때의 효용성은 장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삼모 동국대학교 교수는 “생산 유발 효과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쪽, 그리고 지역 화폐가 지역 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쪽 모두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며 “실증 분석 방법의 차이일 뿐이고, 지역 사정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견 다르다고 ‘적폐’로 몰아…있을 수 없는 일” 관가·학계 부글부글

다만 전문가들은 조세연의 연구를 ‘적폐’로 규정하고 연구 담당자 문책 등을 주장하는 이 지사 측의 행보에 더 큰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의 보고서가 발표된 1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획재정부와 협의로 과제를 선정해 연구하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왜 다른 정부연구기관의 연구결과 및 정부 정책 기조에 어긋나며, 온 국민이 체감한 현실의 경제효과를 무시한 채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를 지금 이 시기에 제출했는지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나아가 18일에도 “국책연구기관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이는 보호해야 할 학자도 연구도 아니며,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고 조세연을 비판했습니다. 현 정부 정책 기조 및 자신의 대표 정책에 반하는 내용의 연구 결과라는 이유만으로 유력 대권 주자가 연구 담당자를 문책하고, 기획재정부가 관련 경위를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이 지사가 대권을 잡게 된다면 공무원 조직에서 무서워서라도 국정 기조와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소신 있는 의견을 낼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교수는 “연구 결과는 충분히 다를 수 있는데 학계가 열 받은 건 바로 엄중 처벌이라는 대목”이라며 “내 생각과 다르다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건데 대통령도 그렇게는 못 한다”며 “데이터도 다르고 기간도 다르니 연구 결과도 다를 수 있고 관점도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두 원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는 생각은 건설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다”며 “이 지사가 문책과 적폐를 들고 나와 경제전문가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언어 폭력이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은 언론과 지식인들을 싫어했다”며 “이 지사의 이번 발언들은 그가 폭력적 독재자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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