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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毒...경영권 노린 '트로이 목마'될수도"

[기업규제 3법 서경펠로·전문가 진단]

다중대표소송 도입땐 소액주주보다 펀드 입김만 강화할 것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 상향은 악법...매몰비용 30조 필요

정부·국회, 기업들 死地로 등 떠밀어...보완조치 강구해야

‘기업규제 3법’을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입법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야당마저 기업 옥죄기에 가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학계와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와 국회가 우리 기업을 보호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되레 기업들을 사지(死地)로 등을 떠밀고 있다”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17일 서울경제가 펠로(자문단)와 전문가 6명의 입장을 물은 결과 이들은 정치권이 기업을 희생양으로 무늬만 공정경제인 입법을 강행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보완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규제 3법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3개 법을 통칭한다.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 다중대표소송제, 지주사 지분율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법안의 실효성이 높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기업 내부에 적군 들어오는 격”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는 그야말로 기업 경영에 독(毒)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악의를 가진 감사위원이 경영권 탈취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의 경영은 하나의 군대처럼 일사불란해야 한다”며 “기업 내부에 투기세력 같은 적이 들어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가 해외 투기세력에 주요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할 길을 열어준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기업 방어벽을 스스로 허무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경영권 장악이 목적인 감사위원이 선임되면 그야말로 트로이의 목마를 들이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할 수 있게 했는데 이 경우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위촉할 수 있게 된다”며 “헤지펀드들에 기업 기밀이 누출될 우려가 높은데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설명은 쏙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진칼을 언급하며 기업이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여 있을 때를 고려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진칼 사태처럼 지분 싸움이 일어났을 때 분리한 감사위원은 이사회 내의 적군으로 돌변할 수 있다”며 “부작용이 분명히 있는 만큼 정밀하게 다시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 과연 소액주주 보호할까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도에 대해서도 우려가 높았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자회사 이사가 임무 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춘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당초 법무부는 개인 소액주주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대규모 자본을 쥐고 있는 펀드들에 경영 참여의 길을 터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 11%를 보유했을 때 삼성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렸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지주회사(또는 모회사)의 지분 0.01%만으로도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도진 교수도 “소액주주 보호는 듣기 좋은 명분일 뿐이며 입법으로 얻어낼 효과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지주사 지분만 있다면 거의 모든 기업이 투기세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기 교수는 “회사 경영진의 비리는 막아야 하지만 사회적 갈등비용을 오히려 양산할 수 있다”며 “투자를 하면 누구든 자신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인데 소액주주만 유독 보호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드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상장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모기업의 이익이 손상된 사례가 많았다”며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장치를 엄격하게 만들어 소송을 남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상향은 악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지주회사가 가져야 하는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것이 대표적인 기업악법으로 꼽혔다. 현행법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20%인데 10%를 더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최준선 교수는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려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돈은 별다른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라며 “투자를 독려해도 모자랄 판인데 정부가 엉뚱한 곳에 돈을 쓰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교수는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는 제도 간 상충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는 자·손자회사 지분을 높이도록 하는 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을 줄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입법을 주도하는 여당이 설명하지 못하면 야당이라도 나서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어떻게 피해를 줄일지는 말하지 않고 ‘경제민주화’라는 이유로 동조하는 야당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민·서종갑·변수연기자 세종=김우보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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