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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5% 룰’ 지자체 “우리도 몰라요”…"이제 서로 싸울 일만 남았다"

임대료 5% 규제 지자체 이제 논의

과속 입법에 지자체 아무런 준비 못해

일부 지역은 5%보다 더 낮아질 수도

현장선 "임대인과 임차인 분쟁 심화'

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임대차 3법이 31일부터 과속 시행된 가운데 현장은 말 그대로 난리다. 정부 조차 명확한 세부 규정을 내놓지 않으면서 궁금증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에는 하루 종일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한 시민은 “하루 종일 국토부에 전화했다. 그런데 전화 조차 받지 않았다. 공무원의 자세인가”며 본지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다.

<임대료 상한 조례 우리도 몰라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임대차 3법’이 31일부터 시행됐지만 ‘임대료 상한(5%)’ 조례 제정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후속 실무절차는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전월세 인상폭을 5%로 제한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상한을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의견 청취나 협의·토론 등 입법과정에 필요한 통상적 절차가 생략된 채 초고속 입법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통 법을 개정할 때는 타 시도의 의견을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입법예고조차 이뤄지지 않은데다 곧장 시행했고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로부터 어떤 형태의 가이드라인도 없으니 지자체가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조례안 연구용역 발주도 아직 하지 않은 상태로 추후 연구 및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며 “법은 시행됐지만 조례는 1~2주 안에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역별 상한 규정을 자치구별로 할지, 시 전체에 적용할지 등 범위는 물론 분기별·반기별 등 상한 규정을 조정할 주기 등 기초적인 밑그림부터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부산시 등 주요 자치단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지자체들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적정상한선 산정방식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가 물가상승률이나 가계소득 증가율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라며 “금리와 지역별 주택 가격, 전세 가격, 주택 유형, 최근 거래량과 가격 상승률 등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례에 대한 반발 등 각종 분쟁 가능성도 우려되는 분위기다.

개정‘주택임대차보호법’주요 내용 Q&A




<착한 임대인도 임차인도 없다>

“전세 매물은 오늘 광고를 올리면 그냥 오늘 나갑니다. 대단지지만 지금 나온 전세 매물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예요.”(서울 강동구 고덕동 G 공인)



“인기 평형의 경우 전세로 들어오려는 대기자는 계속 쌓이는데, 집주인 중에서는 임대차 3법 때문에 아예 집을 비워두겠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걱정하는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서울 양천구 목동 C공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31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세입자 내보내는 방법’을 묻고 답하는 글이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청구하면 임대료 증액폭이 5% 이내로 제한되지만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집을 비운 다음 시세에 맞춰 신규 계약을 하려는 취지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거론된 방법 가운데 하나가 후순위 대출을 받아 3개월을 연체한 뒤 경매 경고문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세입자가 불안한 마음에 자진해서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리라는 것이다. 집수리를 거부하겠다는 이야기도 거론된다. 물이 새거나 보일러가 고장 나는 등 심각한 하자가 아니라면 집주인에게 수리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이용해 ‘살기 불편하면 스스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의 전세대출 만기 연장 시 동의를 하지 않는 식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에서 전세대출보증을 받은 임차인이 전세계약 갱신 시 기존 전세대출을 그대로 연장할 때는 임대인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한 만큼 세입자에게 다른 명목으로 보전받으려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부동산 중개료 등 임대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임차인에 떠넘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구 사용료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G공인중개사는 “정부는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우회로를 일일이 다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받을 세입자는 흡연 여부나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등 개인적인 부분까지도 따져 가려 받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입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박윤선·양지윤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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