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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VS 바람의나라, 지금 2020년 맞나요?[오지현의 하드캐리]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후 전작인 ‘리니지M’와 구글플레이 스토어 최고매출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다. /엔씨소프트




올드 IP(지적재산권)의 복귀가 연전연승입니다. ‘바람의나라’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바람의나라: 연’은 ‘리니지’를 모바일로 이식한 ‘리니지M’, ‘리니지2M’ 두 형제와 매출순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출시 일주일 만에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리니지가 지키고 있던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매출 2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죠.

이런 구도에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가끔 기사 제목을 붙이다보면 “지금이 2002년이 아니라, 2020년이 맞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리니지 대 바람의나라의 대결이라니, 이건 뭐 1세대 게임 이후로 20년 동안 괜찮은 신규 IP가 그 정도로 없었던 건가 싶어 씁쓸합니다.



크래프톤(구 블루홀)의 배틀로얄형 FPS(1인칭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는 모바일로 출시돼 2020년 7월 현재까지 글로벌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기 게임이다. /크래프톤


한국 게임은 “새로운 IP가 없다” “내수용이다”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흥행을 일군 크래프톤이나 ‘검은사막’을 낳은 펄어비스, ‘크로스파이어’로 대륙을 정복한 스마일게이트 같은 일부 게임사를 제외하면, 실제로 국내 게임사 수익은 대부분 국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글로벌로 출시한 게임이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형성한 중국이나 아시아권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뼈아픕니다.

물론 게임사라고 해서 새로운 IP를 내고 싶지 않은 건 아니겠죠. 오히려 ‘못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RPG에 수익 일변도로 돌아가면서, 투입 대비 리스크가 큰 신규 IP 도전에는 자연스럽게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크래프톤이 내놓은 FPS(1인칭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가 게임성 하나로 ‘글로벌 히트’를 쳤던 사건이 한국 게임사에 길이 남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DAU(일간 활성 사용자 수)가 1억명이 넘는 AOS 전략게임이다. ‘전략적 팀 전투(TFT)’,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 LoL IP를 활용한 게임도 인기다. /라이엇게임즈


게임업계에서는 “이러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앞으로 10년은 더 해먹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과금 요소를 배제하고서도 글로벌 게임과 e스포츠 왕좌를 10년째 지키고 있습니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을 자세히 살펴보면 늘 하던 것만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신규 IP를 내놓아도 유저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니 눈앞에 보이는 수익원에만 집중하는 것도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게임사에 대한 민관 투자가 이어져야 합니다. 벤처투자정보센터의 벤처캐피털(VC) 업종별 신규투자 비중 조사에 따르면 전체 투자규모는 2015년 2조858억원에서 지난해 4조2,777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으나, 게임 분야 투자는 같은 기간 1,683억원에서 1,192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전체 투자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8.1%에서 2.8%로 고꾸라졌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벤처캐피털(VC) 업종별 신규투자 비중 조사. 투자 규모는 4조원을 돌파했으나 같은 기간 전체 투자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8.1%에서 2.8%로 역성장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투자자들이 게임분야 투자를 축소한 이유 역시 신규 IP 부족 문제로 귀결됩니다. 결국 국내 게임시장에서 신규 IP가 점차 부족해지면서 투자도 줄어들고, 기존 IP를 활용하는 ‘스핀오프’ 트렌드는 역으로 더 강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거죠. 대형 게임사 하반기 출시 예정 게임 라인업을 살펴봐도 ‘아이온2’, ‘블레이드 앤 소울2’,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등 기존 IP 후속작의 연속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으로 판호 발급이 중단되는 등 어려운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수익과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시도가 게이머에게도 더욱 반갑게 다가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어드벤처RPG ‘가디언 테일즈’, 사전체험을 시작한 MMORPG ‘엘리온’이 대기 중입니다. 상반기에는 ‘V4(넥슨)’, ‘A3: 스틸 얼라이브(넷마블)’이 연달아 출시됐고, 스마일게이트는 ‘에픽세븐’과 ‘로스트 아크’로 신규 IP 2연타에 성공했습니다.

SK텔레콤 T1 소속 ‘페이커(본명 이상혁)’ 선수가 지난해 7월 서울 장충동에서 열린 ‘리프트 라이벌즈 2019’에서 우승한 후 팀원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게임시장은 글로벌 4위 수준으로, 그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6.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 개발자들과 디자이너 역량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극적인 투자와 실종된 신규 IP 개발에 “미래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한 글로벌 게임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아시안 ‘룩앤필(트렌드)’을 찾을 때 이전에 싱가포르나 홍콩을 봤다면, 지금은 한국이나 서울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K-팝 영향으로 한국이 트렌디한 나라로 떠오르는 요즘, 중국을 넘어서 글로벌 무대를 공략하는 게임을 더 많이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로만 ‘종주국’ ‘게임한류’를 외칠 단계는 지났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보다 과감한 투자와 개발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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