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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부동산 대책이라 쓰고 증세라 읽는다"

종부세 최고세율 3.2→6% '초강력 부동산 대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도 최고 30%포인트

'12·16' 대책으로 '똘똘한 한채'도 세부담↑

부동산 대책 불구 '사실상 증세 아니냐' 의심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도 '꼼수 증세' 눈초리

급격한 세수기반 약화 와중에 돈 쓸 일은 산더미





“부동산 대책이라 쓰고 증세라 읽는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투기성 거래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부동산 매입(취득세), 보유(종합부동산세), 매도(양도소득세) 모든 길목에 있는 세금을 ‘억 소리’ 나게 올린 정부의 말 못할 속마음을 꿰뚫은 댓글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도 꼼수 증세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터라 더 그랬습니다.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은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주식 양도차익으로 과세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왜 정부는 주요 대책 발표 때마다 국민에게 ‘증세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걸까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월간 재정동향’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국세 수입은 19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무려 17조7,000억원이 덜 들어왔습니다. 5월만 놓고 봐도 총 수입이 31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조 2,000억원이 줄었습니다. 특히 5월 법인세수가 4조 4,000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조 8,000억 원이나 적게 들어왔습니다. 물론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법인세 납부 시기를 연기해준 등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 등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영향 등을 반영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 전망치보다 3조원 가량 덜 걷힐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돈은 덜 들어왔는데 ‘확장 재정’ 기조를 고수하며 씀씀이가 커진 정부의 총지출은 1~5월 259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5,000억원이 늘었습니다. 정부로서는 세수 펑크를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지출은 늘다 보니, 나라 곳간 사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판판이 기업 실적이 깨지면서 내년 법인세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확대, 기존 복지 정책 확대로 지출이 꾸준히,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세입 기반 확충은 재정 당국의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증세’를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있죠. 정부의 한 관계자는 “증세의 ‘증’만 꺼내도 정권 지지율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세입 확대가 절박한 상황에서 부동산 대책은 정부가 떳떳하게(?) 증세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을 제공해 주는 게 사실입니다. 다주택자를 잡겠다며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로 올렸고, 집을 더 못 사게 만들겠다며 취득세는 최대 12%(3주택 이상)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현재 취득세 최고세율이 4%이니, 3배나 올린 겁니다. 여기에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을 못 보게 하겠다며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30%포인트(3주택 이상) 인상하며 최고세율을 72%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앞선 ‘12·16 부동산 대책’으로도 ‘똘똘한 한 채’를 가진 1주택자의 종부세율이 전 구간에 걸쳐 0.5~2.7%에서 0.6~3%로 0.1~0.3%포인트 오르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예컨대 가장 낮은 과표 3억원 이하 구간(시가 17억6,000만원 이하)의 종부세율은 0.5%에서 0.6%로 상향 조정되고, 시가 17억6,000만~22억4,000만원 상당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도 종부세율이 0.7%에서 0.8%로 오릅니다.

본지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이번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른 다주택자 세 부담 변화를 시뮬레이션해보니 종부세 부담이 2~3배가 늘었습니다. 시세가 16억7,000만원(국토교통부 실거래가)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차(84.5㎡)와 21억5,000만원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84.4㎡) 두 채를 보유한 경우 종부세 부담은 올해 1,856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3,076만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도세 중과세율이 올라가면서 양도차익으로 3억원을 벌었을 경우 양도세 부담이 1억3,090만원에서 2억2,907만5,000원으로 9,817만5,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세금 폭탄’이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효과’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종부세율과 양도세율이 오르니 세금이 더 들어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얼마가 더 들어올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습니다. 한 세제 전문가는 “종부세의 경우 과세 대상의 덩치(금액)가 워낙 커서 세율을 조금만 높여도 세금 부담은 확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종부세율을 꾸준히 올려 왔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기는커녕 폭등을 했는데, 아직도 이 방식을 고수한다면 ‘증세’라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혹시 정부가 ‘때는 이때다’라는 생각으로 이참에 세수도 늘려보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는 2022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기재부는 “절대 증세가 아니다”고 말하지만,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로 정부가 더 거둬들이게 되는 세금은 2조4,000억원에 이릅니다. 더 거둬들인 세금만큼 증권거래세를 인하해 세수 중립을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결국 증세’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부동산 대책이든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이든, 부동산 가격을 잡고 복잡한 금융투자 소득 과세 체계를 선진화하겠다는 순수한 의도의 정부 정책을 ‘증세 아니냐’며 무조건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정부의 세법 관련 대책들이 요즘 들어 특히 더 증세로 의심받는 것은 정부 스스로 그동안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세수는 쪼그라드는데, 고령화와 복지 확대로 지출은 늘려야 한다면 솔직하게 국민들을 향해 ‘돈을 더 거둬야 합니다’는 증세 담론을 제시할 용기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그저 정부가 집값 안정과 금융세제 선진화를 명분으로 ‘일타쌍피’ 노리듯 눈치 보며 세원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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