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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연기된 게 아니라 늘어난 겁니다"

[서울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코로나로 봉축 법요식 한달 미뤄졌지만

부처님 가르침 실천에 옮기는 계기 되길

나만 잘먹고 잘 살자 생각땐 고통 찾아와

난국 극복위해 '동체대비' 교훈 되새겨야

유튜브 포교·시주 부담 줄이는 노력도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시민이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처님오신날이 연기된 게 아니라 늘어난 겁니다. 저는 신도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부처님오신날을 법정공휴일 하루만 지내고 끝냈다면 올해는 한 달 동안 그 뜻을 되새길 기회라고. 모든 사부대중이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우침을 실천에 옮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둔 지난 25일 대한불교조계종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주지 원명(元明)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등의 행사가 한 달 뒤로 연기된 초유의 상황을 불교계의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사진제공=봉은사


◇봉축 법요식 등 행사 한 달 뒤로

불교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조계종을 포함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4월30일에서 한 달 뒤인 5월30일로 연기했다. 근대 불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전국 사찰들이 두 달 만에 산문을 개방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진 못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경내가 불자들로 가득해야 할 시기지만, 이날 찾은 봉은사는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봉은사는 신도 수 3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찰이다.

코로나19라는 악재에 대해 원명스님은 “불교에서는 업(業)이란 게 있다. 힘들고 괴로운 것에는 다 원인이 있다. 현재 내 상황이 안 좋거나 괴로운 것은 그러한 과보(果報)로 인한 불행이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하면 코로나19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단체로 받는 공업(共業)”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저지른 과거 잘못 때문에 받는 일종의 형벌이요,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 잘못이 무엇인지 묻자 스님은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추자 역설적이게도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잠시 멈춰 인간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는 답변을 내놨다.

오는 30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봉은사 경내에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5월30일로 미뤄졌다.


◇전 세계적인 재난 맞아 불교의 역할은

불교는 코로나19 사태 확산방지를 위해 법회와 모임을 중단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일부에서 종교활동을 강행하면서 이에 따른 비판도 커지고 있다. 원명스님은 “부처님 말씀 중에 ‘독화살의 비유’라는 말이 있다. 내가 독화살을 맡으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누가 쐈느냐를 따지기 보단 당장 치유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가 그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종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국난 극복의 위기에 불교계의 역할에 대해 원명스님은 부처님 말씀 중 ‘동체대비(同體大悲)’의 가르침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사찰뿐 아니라 모든 종교,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데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내게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며 하나로 나아가야 이 위기를 극복하고, 극락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사찰 포교 등 운영방식에도 변화

봉은사처럼 도심에 위치한 대형사찰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도 크다. 봉은사는 부처님오신날 하루에만 최대 9만명이 모이는 사찰이다. 하루 동안 국수 공양에 사용되는 젓가락만 2만 벌에 달했을 정도로 매년 신도들이 몰렸다. 하지만 올해는 3만개씩 들어오던 연등신청이 평년 대비 40%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직면해 불교계에는 여러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지난 두 달 간 법회가 중단되면서 포교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알아서 찾아오던 신도들을 챙기기에도 바빴던 봉은사 역시 적극적인 포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현재의 포교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유튜브 방송 캡처


봉은사는 도심 속 사찰이라는 봉은사 만의 특성을 잘 살려 신도들이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사찰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스님은 “사회가 급변하는데 우리는 변화에 게을리 대응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며 “젊은 층을 위한 새로운 포교대책이 절실함을 깨달으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해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불자들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포교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신도들이 절에 오지 않고도 종교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창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봉은사의 변화된 모습은 코로나가 종식될 올해 여름부터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9일 문을 열 서울 강남구 봉은사 경내에 마련된 서래원./사진제공=봉은사


올해 봉은사는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스님은 “보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봉은사가 도심 대표사찰인 만큼 달라진 종교활동에 맞춰 전면에 나서겠다”고 했다. 신도들의 시주에 의존해 운영되는 사찰의 운영방식도 수익사업 다각화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오는 29일 봉은사 경내에는 음식점과 빵집, 꽃집, 기념품을 판매하는 ‘서래원’이 문을 연다. 스님은 “종교가 신도들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선된 수익 대부분은 더 넓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포교활동에 쓰겠다”고 강조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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