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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자본 잠식될까 걱정...기내식 업체 하루 7만개에서 3,500개로

경영난 심각한 이스타항공 이어

에어서울·아시아나도 자본잠식

부실기업 퇴출 쉽게 항공법 개정

정부지원 없으면 줄도산 가능성

기내식업체 등협력업체 도산위기

코로나 19 여파로 하늘길이 맏힌 가운데 인천공항 2터미널에 서있는 여객기들/영종도=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사위기에 놓인 항공업계가 자본잠식 위험에 처했다. ‘개점 휴업’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수년 간 자본잠식이었던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에어서울마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올 1·4분기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항공업계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지경이다. 최근 개정된 항공사업법에 따라 항공사들의 자본잠식이 지속될 경우 항공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지난해 매출액 2,335억원을 기록했지만 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자본손실이 29억원으로 집계돼 자본잠식률 117%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에어서울은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비수익 노선을 별도로 묶어 별도로 설립됐다. 주로 일본 노선을 공략해왔지만 수익성이 낮아 매년 자본잠식을 지속해왔다. 구조적 적자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현재는 모든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직원의 95%가 유급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에어부산(298690) 역시 부실한 재무구조를 드러내며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29억원의 당기손실을 냈고,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손실 등의 이유로 유보금을 1·4분기에 거의 소진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항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1,386%까지 늘어나며 자본잠식 상태가 시작됐다. 지난해 30%에 달하는 자본잠식률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도 지원할 여력이 없어 전 계열사가 사실상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

항공사들의 자본잠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2월 말부터 시행된 항공사업법 때문이다. 항공사업법 개정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한 뒤 2분의1 이상의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간 사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규정이 ‘3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단축돼 재무구조가 부실한 항공사를 쉽게 퇴출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선 운항 확대, 유급 휴직 확대, 임금 삭감 등 자구책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지만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해외처럼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없이는 항공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지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오는 3일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희망퇴직을 접수 받는다. 오는 17일 2차로 접수를 받은 뒤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해 오는 5월31일 정리해고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23대 중 10대를 감축함에 따라 필요인원을 현재 1,683명에서 45%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75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 접수가 회사측 인력감축 목표 보다 적으면 추가 정리해고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일 수습 부기장 80여명의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코로나19의 여파로 여객 운행이 급감한 2일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종도=이호재기자. 2020.04.02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에 빠지자 항공사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기내식 생산공장도 사실상 멈춰 섰다.

지난 2일 대한항공(003490) 인천 기내식 센터에는 항공기에 실리지 못한 기내식용 카트(밀 카트)가 끝을 빈채로 쌓여 있었다. 평소라면 냉장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을 센터 1층 출고장에는 20개의 도크(Dock) 가운데 10개가 아예 막혀 있었다. 열려 있는 10개 중에도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기내식을 싣는 곳은 없었다.

기내식 업체가 쓰는 카트는 총 8,500에 달한다. 대부분이 항공기에 실려 승무원들이 승객 좌석으로 기내식을 배달하는 데 쓰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대한항공뿐 아니라 전 세계의 항공사가 멈춰서면서 카트 5,000여개가 공장에 쌓여있다.

카트는 쌓여있는 반면 기내식에 필요한 식자재나 음식물은 생산공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업체의 작년 하루 생산량은 7만1,000식(1식: 한 사람이 기내에서 먹는 1회 식사) 정도였다. 지난주에는 3,700식으로 줄었다. 생산량이 20분의 1 넘게 줄어들었다. 최근 공급 대상 비행기는 대한항공 12대, 다른 고객사 2대에 그쳤다. 이 역시 평소(약 200여대) 20분의 1 수준이다.

음식을 그릇에 담는 ‘디시 업’(Dish-up) 작업장에는 가동 중인 생산 라인이 2곳뿐이었고 작업자도 10여명 정도에 그쳤다. 150명이 생산라인 20곳에서 일해야 하는 곳이다. 나머지 공간은 빈 카트가 채우고 있었다. 또 그릇에 담긴 기내식을 1인용 쟁반에 모으는 ‘트레이(쟁반) 세팅’ 작업장도 평소에는 50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곳이지만 이날은 근무자가 2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곳 역시 빈 카트만 잔뜩 쌓여 있었다.

공장 운영이 이런 실정이다 보니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 공장은 평소 하루 1,300명이 출근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일일 출근자 수가 300명 정도로 줄었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이다.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 김세용 수석은 “2001년 개항한 이래 이런 위기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때도 일일 생산량이 3만식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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