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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지자체 '현금살포' 포퓰리즘에 '재정파수꾼' 자처한 기재부

洪 "사용처 없는데 돈만 풀면 안 돼"

지자체 비판하며 '선별지원'에 방점

추경 때 與 "6조 증액" 요구 방어 이어

재난소득 논의서도 건전성 사수 총력





긴급 재난소득, 재난 긴급생활비, 긴급 생계자금, 긴급 생활안정지원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습니다. 명칭만 다를 뿐 모두 ‘재난’을 명분으로 일정한 액수의 현금 또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인데 금액과 대상은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서울시처럼 중위소득 100% 이하를 대상으로 가구당 30만~50만원을 지급하는 곳도 있고 경기도처럼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10만원씩 뿌려주는 지역도 있습니다. 강원도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게 40만원을 지급하는 반면 경기 의왕시는 모든 시민에게 5만원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짜로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생각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각 지자체는 재난관리기금과 잉여금을 활용하면 재원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무리한 지원이 계속 이어져 곳간이 텅 비게 되면 중앙정부에 국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17개 광역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1.4%에 불과하고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재난소득을 일괄지급하기로 한 경기 광명시(42.5%)와 여주시(28.7%)처럼 재정자립도가 한참 낮은 곳도 수두룩합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작심한 듯 비판에 나섰습니다. 홍 부총리는 “일부 국가의 경우 영업장 폐쇄, 강제적 이동 제한 등 ‘서든스톱(sudden stop·멈춤 위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긴급부양책, 재난수당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급하더라도 긴급방역, 마스크 대책, 재정·세제·금융 패키지, 지역경제 회복 지원, 금융안정 등 ‘시퀀스(순서)’에 맞게 전략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코로나19의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첫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서 주는 게 효율성이 있는지, 둘째는 재원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산이나 소득·근로와 무관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었습니다.

이러한 홍 부총리의 발언들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주목됩니다. 우선 재정당국의 수장이자 나라의 곳간지기로서 ‘일단 돈을 풀고 보자’는 지자체의 포퓰리즘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512조원 이상의 슈퍼 예산에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편성하면서 국내총생산대비(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1.2%까지 올라간 만큼 ‘재정 파수꾼’의 역할과 책임을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최근 추경과 관련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비록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이 2조4,000억원 삭감되긴 했으나 어쨌든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6조원 이상의 증액 요구를 기재부가 막아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겠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페이스북을 활용한 홍 부총리의 ‘작심 비판’에 이목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지자체와는 별도로 중앙정부 역시 청와대·여당과 함께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마련 중이기 때문입니다. 워낙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인 만큼 다양한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위소득 100% 이하, 그러니까 전국 1,000만 가구에 100만원 규모의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여당은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80% 수준까지 넓히길 원한다는 말도 흘러나옵니다.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한 최종 방안은 다음 주초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인데 어찌 됐든 홍 부총리를 비롯한 재정당국의 의지로 ‘선별 지원’ 방침만큼은 관철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난기본소득 방침이 확정되면 2차 추경 논의가 본격화할 수밖에 없고, 2차 추경 역시 상당 부분의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야 하는 만큼 재정수지 적자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재정당국의 목표일 겁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돈이 없어 소비를 못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계층에 상관없이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되는 소상공인이나 일자리를 잃은 취약계층에 한정해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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