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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구두개입에도 환율 폭등...외국인 코스피서 또 1조 이상 '팔자'

환율 4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50원 넘게 올라
당국, 달러 공급 실질적 대책 제시 목소리 커

  • 손철 기자
  • 2020-03-17 17:43:45
  • 외환
당국 구두개입에도 환율 폭등...외국인 코스피서 또 1조 이상 '팔자'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원·달러 환율 시세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달러당 1,240원대에서 마감했다. /연합뉴스

증시의 잇따른 폭락 속에 달러 유동성 부족까지 우려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7일 17원50전 폭등하며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1,240원대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이 시장개입 등을 경고했지만 4거래일 연속 환율이 급등해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17원50전 오른 달러당 1,243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50원50전이나 올랐다. 환율 종가가 1,24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0년 6월11일(1,246원10전) 이후 9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이날 5원 오른 1,231원에 장을 시작해 계속 상승세를 탔다. 전날 미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또 한 번 대폭락장을 연출해 시장불안이 극도로 커진 것이 외환시장에도 전염됐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계속 발을 빼며 달러를 챙기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는 이날 42.42포인트(2.47%) 내린 1,672.44로 장을 마쳐 8년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9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13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는 외국인의 가세로 10.22포인트(2.03%) 오른 514.73을 기록했지만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2,495억원에 그쳤다. 국내 주식을 판 외국인들이 곧장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시장에 달러를 사고 원화를 파려는 투자자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대폭 인하하며 미국과의 금리 차를 0.50%포인트(상단 기준)로 좁힌 것도 환율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원화가치는 통상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금융시장 환경을 예상하고 장 시작 전 환율 쏠림 현상이 강해지면 개입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고 “적시에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시행하는 한편 신용경색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외환시장과 별도로 달러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외화자금시장에서 최근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달러와 원화의 교환비용인 외환(FX) 스와프 포인트 1개월물은 평소 -1~0이었다 최근 4~5일 만에 -3원50전까지 급등해 달러 조달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 말라가고 있는 것은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지점들의 위험관리를 강화하면서 달러 대출 한도를 줄인데다 주가 폭락으로 헤지 수요가 늘어난 국내 증권사 등의 달러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6일 54bp(1bp=0.01%포인트)까지 오르며 지난해 말(22bp)에 비해 2.5배가량 급등한 것도 한 원인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어서 원화를 ‘팔고 보자’는 심리가 시장에 강해진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외화건전성 지표인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2월 말 기준 128.3%로 규제 수준인 80%를 크게 웃돌고 있음을 내세우면서 국내의 달러 유동성은 넉넉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달러 유동성에 별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 대응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 대책을 통해 외화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날 국고채 1년물은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하는 등 강세장을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년물 금리는 연 0.981%로 전일 대비 3.9bp 하락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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