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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후발' 삼성, 이제 100m 뒤에서 TSMC를 쫓고 있다"

[이상훈의 재미있는 반도체이야기-파운드리전쟁 '점입가경']

삼성 "3나노공정 개발…中바이두 AI칩 수주"

자금·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기술유출'부담

TSMC "올 6월께 애플 5나노 AP칩 양산"

고객탄탄·공정활용탁월…美규제가 걸림돌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이 최첨단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제조)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올 2·4분기 말부터 애플이 TSMC의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해 AP칩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은 3나노 공정 개발을 끝냈다고 응수하듯 발표했다. 얼마 전에는 대만 디지타임스가 같은 공정 적용 시 삼성이 TSMC보다 30%가량 낮은 단가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2~3년 전만 해도 TSMC 뒤에는 아무도 안 보였다”면서 “이제는 한 100~200m 뒤에서 삼성이 쫓아오는 상황”이라고 촌평했다.

이쯤에서 삼성과 TSMC의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을 점검해보자.

먼저 삼성은 즉시 동원 가능한 자금이 100조원이 넘는다. 파운드리 최첨단 공정에 활용되는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1,500억원이다. 20대만 사도 3조원이다. 웬만한 회사는 엄두도 내기 힘든 투자 규모다.

특히 삼성은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도 한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는 데 강력한 헤지수단이 된다. 가령 EUV 공정은 조만간 메모리에도 적용된다. 만에 하나 삼성이 TSMC에 밀리게 되면 이 고가의 EUV 장비는 메모리 공정으로 돌리면 된다. 더구나 삼성 파운드리로서는 현실적으로 삼성의 시스템LSI사업부가 주문하는 AP칩(엑시노스)만 생산해도 웬만큼 파운드리 가동률을 보장할 수 있다. 파운드리 업계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 같은 경우 7나노 이하 공정에 용케 진출하더라도 수주경쟁에서 져 고가의 설비를 놀리면 곧바로 추락하게 된다. 종합반도체 회사로서 삼성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첨단 공정기술력도 최고다. 삼성은 이미 TSMC에 앞서 3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했고 EUV를 활용한 7나노 공정도 가장 일찍 성공했다. TSMC의 점유율이 52.7%(지난해 4·4분기)로 삼성(17.8%)을 압도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너 차원의 강력한 지원, ‘2030년 비메모리 1위’라는 비전, 아직은 전체 칩의 10%(지난해 상반기 기준)에 불과한 7나노 공정 이하 칩의 급격한 비중 증가 가능성 등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이번에는 TSMC의 경쟁력을 보자.

오랜 업력은 강력한 무기다. TSMC가 설립된 해는 지난 1987년인데 삼성은 이보다 20여년 늦은 2005년에야 파운드리에 입문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파운드리에 진출한 DB하이텍도 2000년에 시작했다. TSMC가 그만큼 팹리스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다는 뜻이다. 여기에 TSMC는 순수 파운드리 업체라 팹리스 입장에서 기술유출 우려가 없다. 사실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협업은 무척 중요하다. 팹리스는 제품 구상단계 때부터 제작 라인을 갖고 있는 파운드리와 원가절감 방안 등을 고민한다. 이런 끈끈함 때문에 삼성이 TSMC의 고객을 뺏기가 만만치 않다.

TSMC의 공정 재활용 능력도 탁월하다. TSMC는 신공정도 구공정을 활용해 최대한 투자를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TSMC에도 좋지만 팹리스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회로 대부분을 살리고 조금만 수정하면 돼 설계에 따른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심지어 TSMC는 최첨단 공정이라는 7나노도 불화아르곤(ArF) 공정을 활용해 구축했다. 공정의 연속성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오랜 노하우가 축적돼 있지 않으면 어렵다. 업계의 한 임원은 “첨단 공정으로 칩을 만든다는 것은 칩을 새로운 리스크에 노출시킨다는 뜻”이라며 “공정을 구축하더라도 새 영역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공정 리스크와 팹리스의 설계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은 TSMC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의 팹리스, 대만의 파운드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TSMC는 미국 팹리스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성장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 화웨이의 AP칩뿐 아니라 통신장비 칩을 전량 만드는 TSMC는 미국의 불만을 살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만 자유시보는 완제품에 들어간 미국 원천기술의 비중이 전체의 10%만 넘어도 화웨이와 거래하는 기업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마지노선은 25%였다. 이게 현실화되면 화웨이는 TSMC의 7나노 이하 공정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TSMC로서는 언제든 잠재된 우환거리가 터질 수 있다.

이제 7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은 글로벌파운드리·UMC 모두 두 손을 들었다. 천하의 인텔도 힘겨워하고 있다. 과연 삼성과 TSMC 중 누가 파운드리 패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이미 헤게모니 쟁탈전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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