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 놓일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금리 향배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가운데 내년은 국내 총선과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형 정치 변수까지 대기 중이다.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 등도 장기화되며 여전히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미·중간 1단계 무역협상 합의 타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양국 간 갈등이 기술 패권 전쟁으로 확전할 위험도 크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흐름과 금리·환율 등 시장의 방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는 형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변수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각 자산의 방향도 결정된다”며 “예전에는 ‘상저하고’ ‘상고하저’와 같은 큰 흐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할 투자자들의 재테크 셈법도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와 변동성 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대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투자 자산·기간·시점을 나누는 적립식 분할 투자 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인 신한은행 PWM목동센터 팀장은 “시장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투자 안정성이 높고 어느 정도 예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꼬박꼬박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는 인컴형(고정수익) 상품이 지금 장세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배당 주식과 채권펀드, 부동산펀드 등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서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나오는 이자·배당금 등으로 예정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들이다. 이런 다양한 인컴형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은 멀티에셋펀드인 인컴형 펀드의 인기도 여전히 높다.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펀드(ETF)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꼽혔다. 특히 월 지급식 ELS의 경우 인컴형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도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싶다면 자산 일부는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정보통신기술) 관련주와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미국의 혁신기술 기업 주식이 유망하게 꼽혔다. 이 역시 지역·업종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과감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자산 배분에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며 “즉시 유동화가 어려운 상품도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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