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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기업 투자 막아 자금시장 왜곡...금융부실 방아쇠 될 수도

[부동산금융에만 2,000조 몰렸다]

유동성 넘치지만 실물에 유입 안돼 '돈맥경화' 심화

리츠 투자 46.6조로 2007년보다 832% 폭발 증가

부동산시장 하강 땐 충격파...리스크 관리 서둘러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시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부동산에 시중 자금이 쏠리면서 자금시장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2,0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화한 것은 위험성을 안고 중수익 이상을 추구하려는 금융사,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리는 기업환경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자금시장 왜곡 우려와 함께 향후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금융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25%라는 역대 최저 기준금리 속에 시중에 유동성은 넘치나 실물로 유입되지 않는 ‘돈맥경화’도 문제로 꼽힌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 부문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오니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며 “심리가 바뀌지 않으면 쏠림 현상은 계속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계속되면 자칫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수익 좇아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금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2,003조9,000억원의 부동산 익스포저 중 금융기관이 55.7%(1,116조5,000억원)로 가장 높았고 보증기관과 금융투자자가 각각 31.8%(637조3,000억원)와 12.5%(250조1,000억원)를 차지했다. 한은은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중심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익스포저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사들이 주식 및 채권 투자에서 목표수익률이 나오지 않자 변동성 부담이 크지만 연 5~7%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부동산과 해외투자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시중의 돈이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해외, 부동산·실물자산 등으로 쏠린 것이다. 실제 부동산펀드와 유사한 부동산투자신탁(리츠) 투자 금액은 지난 2007년 말 5조원에서 2019년 6월 말 46조6,000억원으로 831.8%나 상승했다. 펀드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가능성이 높은 사모펀드의 비중은 2009년 말 34.0%에서 올해 6월 말 61.4%로 상승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의 돈이 한군데 쏠려 있다는 것은 해당 영역에 쇼크가 왔을 때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부동산 PF의 위험도가 높다”면서 “투자 영역인 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기관 스스로 위험에 대비해 부동산 부문을 줄이는 시장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동성 넘치는데 돈맥경화는 심화



아울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은 넘치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989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 부동자금은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하다. 또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현금의 규모를 뜻하는 화폐발행 잔액은 올해 3·4분기 말 기준 123조3,76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5조원가량 늘었다.

반면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10월 말 기준 15.71배로 역대 최저치인 1996년 4월(15.50배) 수준에 근접했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본원통화 1을 공급할 때 창출되는 통화량을 의미한다. 9월 말 기준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는 0.6775%로 역대 최저이고, 잔액 대비 인출금 비율을 나타내는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하락 추세다. 시중에 떠도는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투자·일자리·소비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부실 번질까 경계감 높이는 은행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부동산 PF와 건설·부동산임대업 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 중심으로 자산을 늘려온 국내 은행들도 서서히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조일 태세다. 현재 국내 은행의 자산 구조상 부동산과 연계된 자산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대출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 담보대출이고 부동산임대업 대출 등 간접적으로 부동산과 연계된 대출자산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해지거나 거래가 줄어들 경우 부동산에 내재한 담보가치가 탄탄하다고 해도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부행장도 “지난해부터 건설·부동산 시장은 건전성 부분에서 위험 요인이 있다고 보고 관련 대출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상가 공실률이나 지방 주택 미분양률이 앞으로 더 오른다면 내년 하반기 이후 은행에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담보대출 역시 잠재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2015∼2018년 중 연평균 14.8% 증가하면서 6월 말 현재 담보대출 잔액은 120조6,000억원으로 지난 2014년말(66조원)보다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방 미분양 문제도 건설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9,000가구로 지난해(1만7,000가구)보다 늘었는데 지방이 1만6,000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건설사의 분양매출이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건설사 비율도 2016년 17.7%에서 2018년 30.9%로 늘었다./황정원·조양준·빈난새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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