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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라이더, 속도보다 경치…맛집 찾아 다니며 친분쌓죠

■ OX로 알아보는 라이더 세계





모터사이클은 국내 어디에서도 흔히 마주치는 교통수단이다. 4050 남성 중에는 ‘어렸을 때 본 영화처럼 은퇴 후 바이크를 타는 것이 로망’이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곱지 않다. ‘위험하다’ ‘가족 중 누군가 바이크 때문에 중상을 입었다’ ‘난폭하다’는 등의 평가가 쏟아진다. 물론 라이더들은 “지난 1980~1990년대의 폭주족이나 현재도 신호위반·과속을 일삼는 일부 라이더들 때문에 생겨난 인식”이라며 “대부분의 라이더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모터사이클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라이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OX 퀴즈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모터사이클 마니아=스피드 마니아 (×)

빠르게 달리면 풍광 즐길 여유 놓쳐

안전속도 맞춰 자연 즐길때 더 짜릿

198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 누아르 영화의 영향일까. 모터사이클 하면 ‘짜릿한 스피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물론 배기량 1,000㏄ 이상 고성능 바이크를 몰고 순식간에 도로 위의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라이더들도 종종 눈에 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누비는 배달 근로자들도 이 같은 인식을 굳히는 사례다.

하지만 대다수 라이더들은 속도에 큰 미련이 없다. 10~20대 때 모터사이클 특유의 속도감에 열광했던 라이더들이라도 30~40대에 접어들어서는 여유로운 라이딩을 더 좋아한다. 빠르게 달리면 교외의 아름다운 풍광을 놓치기 십상이고, 기껏 복잡한 도시를 벗어난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경치, 그날의 ‘투어’ 도중 들를 맛집과 카페다. 바이크 때문에 여느 동호회처럼 술 한잔 할 수 없지만, 커피만 놓고도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이들이 라이더들이다.

라이더들도 과속하는 바이크를 보며 눈을 찌푸리곤 한다. BMW 바이크를 2년째 타고 있는 직장인 임철순(46)씨는 “과속하는 바이크를 보면 ‘죽으러 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속도에 맞춰 산과 강이 펼쳐진 길을 달릴 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스키는 5분의 기쁨을 위해 20~30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바이크는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크는 위험하다 (△)

1만대당 사고건수 자동차보다 적어



전문가 “공도선 실력 70%만 발휘를”

바이크는 자동차에 비해 사고는 적게 나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1만대당 사고건수는 68.1건으로 자동차(80.36건)보다 적었지만, 사망자 수는 이륜차가 1.9명으로 자동차(1.4명)보다 많았다. 다만 이륜차 사고의 대부분은 바이크에 익숙지 않거나 배달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은 젊은 층에서 발생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받은 2014~2018년 이륜차 사고현황에 따르면 사고건수 9만2,490건 중 운전자가 10대인 경우가 23%(2만1,330)에 달했고, 21~30세도 20%나 됐다. 30대를 넘어서면 사고율이 급격히 줄어든다. 30대 이후 라이더들은 레저를 위해 모터사이클에 입문하면서 헬멧·재킷·부츠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탈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미 사륜차 운전 경력도 있어 도로의 흐름을 잘 읽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모터사이클 전문가들은 “공도에서는 라이딩 실력의 70%만 발휘하라”고 입을 모은다. 바이크를 미끄러뜨리는 모래나 돌멩이부터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운전하거나 불법 유턴하는 운전자까지 돌발상황이 많아 아무리 능숙한 라이더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

◇라이더 네트워크는 끈끈하다 (○)

‘바이크 취미’ 한마디면 모두가 친구

업계·연령·지역별 ‘황금인맥’ 산실

모터사이클을 레저로 즐기는 라이더는 아직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수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서로 같은 취미를 가진 것을 알면 급속도로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생면부지라도 ‘바이크가 취미’라는 말 한 마디면 된다. 교외 국도에서 반대편 차선을 달리는 바이크를 만나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도로에서 이륜차 고장이나 사고를 목격하면 기꺼이 멈춰 구급차 호출·도로 통제 등을 도맡기도 한다. 라이더 간의 끈끈함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해외에서 모터사이클을 즐긴 한 라이더는 “러시아 시골 마을에서 바이크가 고장 났을 때 현지 주민이 ‘모든 라이더는 형제’라며 기꺼이 도와줬다”고 전하기도 했다.

혼자만의 라이딩도 즐겁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중간중간 쉴 때는 적적하기 마련이다. 대부분 동호회 활동을 하며 가족·직장동료만큼이나 가까운 바이크 인맥을 쌓는다.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등 여의도 금융맨 10여명으로 구성된 바이크 동호회 ‘헝그리 라이더스’는 불과 2년 전에 발족했지만 바이크 하나로 끈끈하게 뭉쳤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월 정기 투어를 진행하고, 바이크에서 내려 쉬는 시간에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처럼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8월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 강원도로 1박2일 ‘박투어’도 다녀왔다. 이처럼 같은 업계에서 동호회가 꾸려지는가 하면 인터넷에서 모인 비슷한 연령대의 라이더 모임, 여성 라이더 모임, 지역 모임 등 다양한 동호회가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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