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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특별연장근로할 때마다 허가 받으라니...실효성 의문"

정부, 18일 주52시간 보완책 발표
계도기간도 형벌만 미룬다는 의미
업계 최종 요구사안에 포함 안돼
제도시행 입법보완 촉구해왔지만
보완책 제시로 국회논의 물건너가

  • 양종곤 기자
  • 2019-11-17 17:16:33
  • 정책·세금
中企 '특별연장근로할 때마다 허가 받으라니...실효성 의문'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대책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나 계도기간 부여 등을 18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제도 시행 1년 유예’를 주장해 온 중소기업계의 불만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18일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50인 이상 기업에도 확대되는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나 계도기간 부여 등을 발표한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나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고용부의 인가를 거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연근로제다.

하지만 300인 미만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은 벌써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간 건설단체의 한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는 사안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를 낼지 의문”이라며 “계도기간도 형벌만 미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업계의 최종 요구사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대책안”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제의 1년간 시행유예를 주장하며 제도시행을 위한 입법 보완을 촉구해왔다. 시행 시기 연기나 탄력근로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은 모두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가 논의할 시간을 더 주자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먼저 보완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미로 해석돼 중소기업계의 실망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 52시간제 내년 확대 시행은 중소기업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양대 노조나 정부·정치권 등이 가전이나 정보기술(IT) 등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무행태에 대해 무지해 일방적인 주 52시간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R&D는 구매나 개발·마케팅으로 이어지는 핵심”이라며 “R&D 인력이 (주 52시간에 맞춰) 마감에 쫓기면 전체 공정이 흔들리고 투자계획, 경영상황, 매출 손익·비용 추정까지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인공지능(AI)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재에 대한 글로벌 유치전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가뜩이나 열세인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중소기업의 R&D 인력난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건비 증가 부담 때문에 R&D 인력 충원도 안 되고 주 52시간제도 편법으로 운영될 소지가 크다 보니 근무환경이 더 열악해져 핵심 인재들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대 노조의 조합원들이 대부분 제조 분야에 집중돼 있다 보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주 52시간 도입 주장에서 R&D 인력이 완전히 배제돼 실제 R&D 인력이 주 52시간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뿌리산업 등 제조산업 현장의 상황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52시간이 시행되면 당장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하지만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는 대규모 납기지연 사태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경북 직물단체 관계자는 “내년 전체 직물업체의 45%가량인 약 250곳이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다”며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다 패스트패션 트렌드로 납기도 빨라지는 추세여서 내년 공장 가동을 멈추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업장이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고 특정기간에 몰린 작업을 처리해 온 건설업 현장에서는 더 큰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단체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비 오고 너무 춥거나 더운 날에 일을 못하기 때문에 현재도 다른 업종에 비해 근로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토목을 마치면 벽돌을 쌓고 배관을 마치면 방수작업을 하는 식으로 해오던 선·후행 공정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완전히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입주날짜가 정해진 전국 시공현장은 내년부터 일용직을 대거 투입해 공기(공사기간)를 맞춰야 한다”며 “숙련공이 아닌데다 작업 시간까지 단축해야 하기 때문에 날림공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주 52시간제 원안 시행을 주장하며 총파업 불사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나 청와대·정부가 모두 눈치만 보는 상황이어서 타협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18일 임원 회의를 소집해 정부의 주 52시간 대책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수렴하겠다”며 “현장의 반응을 토대로 중소기업계의 대응 방향을 잡겠다”고 반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종곤·이수민·박한신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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