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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 막는 중고차 배상보험, 석달만에 사라지나

의무보험 도입 주도 함진규 의원

현장 혼란 이유로 폐지법안 발의

국토부 "소비자 보호장치는 필수

시행 초기 잡음탓 폐지 안될 말"







# 지난 7월 벤츠 E220 CGI 모델을 중고차로 구입한 A씨는 주행거리에 비해 차량 상태가 우수하다는 성능점검표를 믿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구입 후 보름 만에 하얀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와서 정비소를 찾았더니 이미 오래전 실린더에 냉각수가 유입돼 녹이 슨 부품을 모두 교체하면 수리비가 6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A씨가 구입한 차량은 중고차 성능상태점검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결국 A씨는 보험사에서 지급한 605만원의 보험금으로 수리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6월부터 성능점검업자들의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A씨 차량의 성능을 점검한 업자가 18만1,7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험에 들어둔 덕분이다. 그런데 의무보험으로 가입이 강제됐던 중고차 배상책임보험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년 전 의무보험 도입 법안을 발의했던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도 시행 석 달 만에 의무보험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6~9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배상책임보험의 보상 건수는 1,632건, 지급 보험금은 13억4,600만원으로 사고 건당 평균 82만5,000원의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다. 매월 사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보험금 지급 건수는 8,000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배상보험이 의무보험이 된 것은 6월. 함 의원의 발의로 2017년 10월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됐고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 손보사들은 1년 8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성능점검 보험을 내놓았다.

그런데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성능점검 의무보험 도입을 주도했던 함 의원이 돌연 제도 시행 3개월 만에 “제도의 준비 및 시행 과정에서 입법 취지를 구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소비자 권익보호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성능·상태점검자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선택사항으로 되돌리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함 의원이 내세운 제도 시행 과정의 부작용은 △과도한 보험료 △성능·상태점검자와 매매사업자 간 분쟁 갈등 △고액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보험사의 일방적인 보험 해지 현상 등이다. 함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매매업자와 소비자들로부터 부작용을 고발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와는 거리가 먼 의무보험 시행을 규탄하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국토부와 보험개발원 등에 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했지만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해 결국 의무보험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매매업자 단체들은 국회 앞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등 의무보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 등은 시행 초기의 잡음 때문에 이제 막 도입된 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노후차량일수록 차량값은 내려가는 반면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해 20만㎞ 이상 주행 차량은 의무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며 “현재는 통계 데이터가 불충분해 요율 체계가 미흡할 수 있지만 데이터가 축적되면 위험률 산출이 가능해지면서 요율도 적정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험 업계는 보험료 부담이 과도한데다 성능점검업자들이 보험료 부담을 매매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해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함 의원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6~9월 계약 차량 대수는 12만2,467대로 차량 한 대당 평균 보험료는 3만8,500원이었다. 차량 가액이 높고 노후차량일수록 보험료가 10만원대 후반으로 높아지지만 20만㎞ 이상 주행 차량을 의무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장치는 충분히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양측의 공방 속에 입법의 원래 취지였던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 가입을 선택사항으로 돌릴 경우 문제 차량만 보험에 가입하며 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고차 피해 신고 건수는 793건으로 이 중 점검 불량에 의한 피해가 72.1%(572건)로 가장 높았다. 특히 전체 피해 사례 중 미합의로 종결된 건은 377건으로 47.6%에 달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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