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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메주'로는 제맛 못내…혼용 금지를"

[서울지역 협동조합 이사장에게 듣는다]

김세영 서울콩가공식품사업조합 이사장

12년전 '콩 함유량' 규제 없애

대기업, 원가 아끼려 잇단 혼용

밀가루로 맛내고자 MSG도 써





“우리가 흔히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기본상식이 정부의 방침 때문에 ‘밀가루로 메주를 쑨다’로 바뀌고 있어요.”

김세영(57·사진) 서울콩가공식품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가 고추장이나 된장 등 장류에 밀가루를 혼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식품의 품질이 나빠지고 있다”며 “정부는 식품의 다양성을 장려하는 조치라고 하지만 이는 다양성이 아니라 품질의 하향 평준화를 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86년 설립된 서울콩가공식품사업협동조합은 콩으로 만든 메주와 선식, 콩가루나 청국장의 분말·환제품 등을 생산하는 63개 중소업체들로 구성됐다. 원재료를 공동으로 입찰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대기업의 횡포에 공동으로 대항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조합의 가장 큰 이슈는 밀가루로 만드는 메주다. 그간 정부는 메주의 콩 함유량을 85% 혹은 95% 이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같은 규정을 없애면서 현재 유통되는 메주의 상당수는 콩 외에 밀가루가 함께 함유됐다. 메주는 고추장이나 된장 등 장을 담그는 주재료인 만큼,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대다수의 장류에는 밀가루가 포함된 셈이다. 김 이사장은 대기업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밀가루로 만들어진 메주를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1kg에 국산 콩은 약 5,000원, 수입 콩은 약 2,000~2,500원이지만 밀가루는 300원으로 가격이 한참 낮다”며 “이처럼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대기업이 만드는 장류에는 대부분 밀가루로 만들어진 메주가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밀가루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다 보니 현재는 콩 함량은 10%지만 밀가루 함량은 90%인 제품까지 있는 상황”이라며 “밀가루 특유의 텁텁한 맛을 잡기 위해 각종 MSG를 쓰다 보니 품질도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수년째 식약처를 상대로 밀가루의 혼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식약처는 식품의 다양성을 위해 다시 콩 함유량을 규제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김 이사장은 “지난 5월 식약처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밀가루 혼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식품의 다양화를 위해 그럴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식품의 다양화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형태나 방식으로 제조된 것들을 제공해 소비자가 선택권을 가질 때 쓰여야지 지금처럼 원료의 품질을 끌어내릴 때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주류업체가 주정(酒精)에 물과 감미료의 비중을 다양하게 적용하거나 우유 제조업체가 생유(生乳)에 다양한 재료를 넣는 것은 괜찮지만, 주정이나 생유 자체를 희석한다면 큰 문제”라며 “밀가루를 넣은 메주를 식품의 다양성으로 포장하는 것은 식약처가 식품의 품질 저하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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