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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조성욱號 공정위' 과제는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취임했습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경쟁 당국으로서 카르텔(담합)·하도급법 위반 등 각종 불공정거래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같은 대기업집단 시책도 담당합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막강한 조사·제재 권한을 지닌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과 서울대 교수 등을 지내며 줄곧 학계에 몸담아 온 조 신임 위원장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꼽아봤습니다.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공정위




◇ 일감 몰아주기 관행 구조적 개선=조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끊는 것을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앗아가고, 대기업은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해 대기업 스스로에게도 손해”라는 게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끊으려는 조 위원장이 밝힌 이유입니다. 조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기업뿐 아니라 자산총액 5조원 이하 중견기업의 부당 거래 관행도 꾸준히 감시하겠다”고 했습니다. 대기업만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겁니다.

조 위원장은 이를 위해 국세청과도 협력하기로 했는데요, 조 위원장의 구상이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끊는 데 ‘특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아울러 조 위원장이 마련하겠다고 밝힌 대기업의 일감 개방 유도 체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주축이 돼 추진되는 공정경제 정책이 기업을 더욱 움츠러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조 위원장의 과제입니다. 과도한 공정경제 드라이브가 자칫 기업의 활발한 경영활동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경기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경영계에서 우려하는 ‘기업 옥죄기’와 진보 진영에서 요구하는 ‘재벌 개혁’ 사이에서 뚝심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조 위원장의 과제인 셈입니다. 이는 전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도 던져졌던 과제이기도 합니다.

◇ 리더십 부재 우려=학자 출신인 조 위원장은 공정위 같은 큰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습니다. 현 정권과 이렇다 할 인연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 위원장을 바라보는 내부 시각이 기대로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내부적으로는 전임자인 김 실장 같은 정권 실세가 수장으로 와 조직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랐던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김 실장과 달리 조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현 정부와 이렇다 할 인연이 없었던 만큼 조직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김 실장의 경우 취임하자마자 기업집단국을 부활시키고 경제분석 업무 담당자를 늘리는 등 조직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경제 정책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하기도 했을 정도로 실세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상조 아바타’라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것도 조 위원장의 과제입니다. 실제로 조 위원장은 김 실장이 추천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게다가 대기업 정책 등은 김 실장의 전공 분야인 만큼 그가 여전히 공정위 업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8개 부처가 당정협의를 거쳐 마련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 발표에 청와대에 몸 담고 있는 김 실장이 직접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조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김상조 아바타’ ‘제2의 김상조’ 우려에 대해 “제 삶에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와 나름의 성과를 만든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김 실장도 본인의 소신으로 전문 분야에서 성과를 낸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 검찰과의 氣 싸움=마침 검찰과의 관계도 묘한 시점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의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꼽았습니다. 얼핏 공정위원장의 취임사로 들릴 법도 합니다. 조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저희 부서(공정위) 일에 협조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쿨하게(?) 받아넘겼습니다.

이들 두 수장이 주고받은 말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둘러싼 기관 자존심 싸움과도 연관돼 있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속고발권은 경쟁 당국인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공정위는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 경성담합 등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상임위에 상정시켜 놓은 상황입니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은 공정위로서는 고유한 권한 일부를 내려놓는 것이고, 반대로 검찰로서는 새로운 권한이 생기는 셈입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할 당시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검찰에 굴복한다’는 반발 기류가 있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런 만큼 윤 총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은 공정위 직원들에게는 예민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 위원장으로서는 공정위 조직 자존심을 세우면서 검찰과의 업무 조정도 해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진 셈입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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