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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머니] 내부인사 거쳐가는 '정거장'...은행 싱크탱크커녕 계륵 전락

<DLF 사태로 본 '은행 연구소'의 민낯>

경영진 회의조차 연구소 자료 활용 않고 분석도 엇박자

상품 판매 등 '하우스뷰' 정할땐 국내외硏·IB 전망 참고

리서치 역량 키워 공신력 높이고 전문조직으로 특화해야





시중은행들이 선진국 금리 연동 파생결합상품(DLS·DLF)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산하 연구소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산하 연구소들이 무늬만 연구소이지 내부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3월 말 발간한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의미와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금리 하락세에 이어 독일·영국 등 글로벌 금리 동반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4~6월 독일·영국·미국 등 국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3~5% 수준의 확정 금리를 제공하는 DLF를 1,075명(중복 포함)의 투자자들에게 2,409억원을 판매했다.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DLF 투자자들에게 ‘은행이 조직적으로 불완전판매에 가담한 게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는 빌미만 주게 됐다는 자성이 나온다. 실제 DLF 피해자를 대신해 키코공동대책위는 우리은행을 사기 판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해당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산하의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KEB하나은행 부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은행권 최대 규모의 민간 연구소로 꼽히지만 실상 은행들이 상품 판매나 고객 자산관리에 활용하는 하우스뷰(House View)를 정할 때는 이들 연구소의 리서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은행권 연구소들이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은커녕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연구소의 경제 전망과 은행 하우스뷰가 일치하지 않는 것 자체가 내부통제 실패의 증거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놓고 항변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은행 연구소들이 계륵 신세로 전락한 것은 대부분의 은행 연구소들이 자행이나 관료 출신 인사들을 위한 ‘자리보존용’으로 활용되다 보니 역량 강화 노력은 고사하고 지속적으로 위상이 수직 하락해왔다. 실제 금융권 싱크탱크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법인으로 돼 있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초대 소장인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빼면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현 KB금융지주 감사)과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현 여신협회장), 현 대표인 최광해 전 기획재정부 국장까지 모두 관료 출신이 도맡아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바깥에서는 금융지주의 싱크탱크라고 높게 보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연구소의 리서치 보고서가) 자체 금융 개발 및 선정 프로세스 등에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며 “금리나 환율·주식·채권 전망 등에 대한 하우스뷰는 상품 선정의 중요한 잣대가 되지만 대부분의 금융사는 내부 연구소가 아닌 국내외 경제연구소나 투자은행(IB)이 제시하는 전망치를 토대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관료 자리보존용으로 은행 연구소들이 활용되다 보니 ‘무늬만 연구소’로 전락했고, 내부에서도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경영진 회의에서조차 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를 활용하지 않고 상품 부서와 연구 부서가 시장 전망에서 엇박자를 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연구소의 리서치 역량을 끌어올리고 그룹 전체가 일관성 있는 하우스뷰를 공유할 방안을 찾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는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리서치 역량으로 대내외 공신력을 인정받는 연구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각 금융그룹의 필요와 특화 영역에 맞게 연구 역량을 갖춰나가는 수준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미래전략연구소 대표에 베인앤컴퍼니 출신인 이성용 대표를 파격 영입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경영 트레이닝 전문 조직으로 특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산하 KB금융경영연구소는 은퇴·부동산 분야에 특화한 보고서를 다수 발간하고 있으며 그룹 전체가 디지털에 방점을 찍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 직속 NH금융연구소는 오픈뱅킹·P2P 등 미래 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IBK기업은행 부속 조직인 IBK경제연구소는 중소기업 금융과 북한경제 분야에 특화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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