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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대强 대립에 상처뿐…글로벌 배터리 주도권 방전위기

■SK이노-LG화학 소송전 격화
4대 핵심부품인 분리막 제공 등
여러 카드 내밀었지만 합의 실패
한곳 패소땐 고객사 이탈 등 우려
"양그룹사 오너, 직접 담판내야"

强대强 대립에 상처뿐…글로벌 배터리 주도권 방전위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의 소송전 격화로 최근 ‘포스트 반도체’로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한일 무역분쟁과 글로벌 보호주의 강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이 같은 다툼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고 사안의 파장도 커진 만큼 양 그룹사의 오너가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부득이하게 제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등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이번 제소는 LG화학이 4월 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건과는 무관한 핵심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소송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이번 소송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측과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려 했으나 접점을 찾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관련 설명자료에서도 “소송사태를 대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대기업의 역할이라 판단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4대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분리막을 LG화학 측에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제소 계획에 대해 “LG화학의 특허 건수는 1만6,685건인 데 반해 경쟁사는 1,135건인 상황에서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번 소송을 제기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자사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은 30여년 동안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소재 기업을 육성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지만 화해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측은 이날 입장자료에서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강한 대응이지만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또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소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공개한 것도 추가 소송 등이 가져올 여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실제 소장 접수가 다음달 중순 정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전에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SK 경영진은 LG화학을 협력 파트너로 보고 있고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청와대 중재나 양측 오너 간 회동을 통한 신속한 화해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다툼은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측 간 소송에서 한곳이 패소할 경우 해외 공장 가동 중단이나 고객사 이탈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외 로펌 선임용으로 각사가 매달 지출해야 하는 수십억원의 법률 관련 비용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한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했지만 현재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 등으로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30%의 글로벌 점유율을 기록했던 2014년 대비 관련 수치가 반토막 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점유율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빅3’는 중국의 CATL(25.4%), 일본의 파나소닉(20.3%), 중국의 BYD(15.2%)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전기차 배터리 ‘빅3’ 업체인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각각 10.8%, 2.9%, 2.1%에 불과해 보다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 간의 다툼은 ‘특허권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가 ‘어부지리’를 누리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SK이노베이션 또한 먼저 칼을 빼 든 LG화학이 한걸음 물러날 수 있도록 명분 등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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