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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창업, 상권을 보라] 미래 식당의 경쟁력, 외식의 가치를 고민하라

■이정훈 주체적삶연구소 소장 ('내 가게로 퇴근합니다' 저자)

편의점 도시락·가정간편식도 경쟁자

맛·분위기 등 차별화, 외식가치 높여야





몇 해 전부터 혼자 먹는 술을 뜻하는 ‘혼술’과 혼자 먹는 식사인 ‘혼밥’이라는 조어가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홈술’이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홈술이란 집에서 먹는 술을 뜻한다. 유명 식품기업에서는 안주용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를 론칭하며 홈술이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편의점 도시락이 음식점의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한 데 이어 이제 주점이나 술집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과거 음식점과 주점의 경쟁 상대가 같은 상권에 위치한 동종 매장이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HMR 제품이나 식품기업 브랜드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많은 음식점이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해 배달이나 포장 판매를 시작하고 1인 손님을 위한 좌석과 메뉴를 새롭게 준비하기도 했지만, 배달시장의 경쟁 심화나 기업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문제로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매장 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음식점에서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옥스퍼드대 심리학자인 찰스 스펜스의 저서 ‘미식물리학(Gstrophysics)’에서는 미래 식당의 경쟁력을 외식의 본원적 가치에서 찾는다. “우리는 왜 외식을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에서 식당의 경쟁력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매끼를 준비해야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주는 밥상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겠고, 친구나 연인과의 외식이라면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함께 보내는 즐거움의 가치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공간에서 소음과 불편을 경험하는 것까지 외식의 재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외식의 가치는 음식의 맛과 품질, 가격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상황에 따른 개인적인 가치에 기반한다. 즉, 외식은 영양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가 아닌 맛·냄새·소리·분위기·환경을 포함한 다중 감각적인 ‘경험’을 소비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성업 중인 음식점을 찾아보면 이러한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간편식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신선한 식재료와 정성 가득한 조리 과정을 강조한 전문식당, 특별한 모임을 위한 편안한 공간과 품격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식당,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하는 동네 식당에 이르기까지 고객 방문의 선명한 이유를 제공하는 곳들이다.

오프라인 공간이나 대면 서비스가 가진 강점을 잘 살린 음식점도 인기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기분의 공간을 연출하거나, 방문의 재미와 종업원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남다른 서비스를 준비하는 경우다. 키오스크를 활용한 무인주문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에 반하여, 단골 손님을 기억하고 메뉴를 추천하는 종업원의 전통적인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으로도 훌륭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간편식과 배달식이 지속 성장하는 가운데 전통 외식업의 경기지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외식비 지출전망도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은둔의 소비자’를 집 밖으로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외식의 본원적 가치를 다시 질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왜 외식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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