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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Fun]웅크린 재규어 자태 '찌릿'…미래형 전기차 퍼포먼스에 전율

■재규어 전기차 'I-페이스' 타고 2박3일 질주

정면서 보면 날렵하게 찢어진 눈

옆으로 보면 도약하는 뒷다리 닮아

괴물같은 엔진 파워·핸들링 탄탄

낮은 무게중심·앞뒤 균형 돋보여

속도 줄이는 회생제동은 낯설어





“세상의 모든 길을 지배하라”는 광고 캐치프레이즈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재규어가 처음 내놓은 전기차(EV) I-PACE(페이스).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감각이 뚜렷하게 살아있다. 미국 포드에 인수돼 약 20년 음울한 시절을 보내던 재규어의 터닝포인트는 2007년 이안 칼럼이 맹수 재규어의 코와 눈에 더해 얼굴의 볼륨까지 닮은 콘셉트 ‘C-XF’를 내놓으며 시작됐다. 적어도 한국 고객들에게 재규어는 영화 ‘추격자’에서 김윤석이 타던 클래식한 플래그십 세단 XJ 3세대였다. CX-F 콘셉트 이후 재규어의 차들은 정말 재규어처럼 변했다. 이안 칼럼이 그린 C-XF, C-X17를 거치며 과거 에스턴마틴, 마세라티와 견주었던 클래식을 버렸다. 이제 세단이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든 멀리서 봐도 한눈에 재규어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전기차 I-PACE는 가장 재규어답다.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한 이 차는 스포츠 쿠페와 SUV의 형태를 모두 담았다. 정면에서 보면 거대한 사각형 그릴에 날렵하게 찢어진 눈에 더해 앞유리 쪽 보닛에서 그릴로 이어지게 구분한 굵은 라인이 야성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전달한다. 특히 비스듬히 서서 봤을 때가 예쁘다. 쿠페형 SUV 형태인데 뒷바퀴와 C필러 뒤로 이어지는 모습이 튀어가나가 위에 뒷다리를 웅크린 재규어의 모습이 연상된다. 전기차를 뜻하는 파란 번호판이 아니라도 한 눈에 이 차가 범상치 않은 차란 걸 알 수 있다.

실내는 형제회사인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의 요소를 많이 채용했다. 다만 소재가 레인지로버급으로 고급스럽지는 않다.

버킷 시트를 적용했는데 앉자마자 몸을 착 감싸준다. 이 때 I-PACE는 그간 알던 다른 전기차들과 다른 성격인 것을 알았다. 대중 브랜드들이 내놓은 전기차를 몇 대 탔을 때는 재미없는 스티어링휠감각(핸들링)에 무선 진공청소기의 소리를 내는 빠른 무빙워크를 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I-PACE는 처음 핸들을 잡고 몇 바퀴를 도는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는 길에 바로 “재미있다”는 감각을 줬다. 묵직하면서도 탱탱한, 소위 ‘쫀득한’ 핸들링이 느껴진다.

이 차를 타고 약 2박 3일간 서울 도심과 주변 외곽 고속도로를 탔다. 90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단 I-PACE는 완전충전했을 때 국내 기준 약 333㎞를 달린다. 충전도 해보지 않았을 뿐더라 시동을 건 후 에어컨의 바람 세기를 올릴 때마다 주행가능 거리의 숫자가 급속도로 깎이는 것을 보곤 일단 “멀리는 가지 말자”고 결정했다.



재규어의 전기차 I-PACE의 실내 인테리어. 그룹사인 레인지로버가 아래 위로 디스플레이 두 개를 배치한 인테리어를 따왔다. 다만 디스플레이 패널과 해상도는 미래차라고 부르기엔 과거형에 가깝다. 레인지로버급으로 더 선명해야 한다./구경우기자


도로 위에서 제법 속도를 올리자 전기차의 시대를 연 일론 머스크가 옳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예 소리가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정숙함에 태생적으로 유리한 무게 중심과 앞 뒤 균형이다. 재규어는 바닥에 배터리를 배치하며 SUV F-PACE보다 무게 중심을 130㎜ 낮췄다. 보통의 내연 기관은 부품 중 가장 무거운 엔진과 변속기를 앞에 배치해 앞뒤 무게 배분이 불리하다. 4륜차는 다시 엔진에서 샤프트를 뒤로 빼 후륜을 조정해야 한다. 재규어 I-PACE는 전기차답게 앞과 뒤에 각각 모터를 배치해 무게 배분을 맞추고 4륜을 조향한다. 운전 하는 내내 탄탄한 핸들링에 모터 구동으로 엔진과 비교할 수 없는 정숙하면서도 낮은 무게배분으로 주행의 재미를 느꼈다.

I-PACE는 400마력에 최대 71.0㎏.m의 괴물같은 힘을 내는데 밟는 순간부터 바로 최대 토크를 휠에 전달하는 모터 구동의 능력까지 갖췄다. 재규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속에서 차체를 낮춰주는 엑티브 에어서스펜션가 정교한 조절이 가능한 연속가변형 댐핑 기술인 어댑티브다이나믹스도 담았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핸들링으로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고 차선 변경도 롤링이 억제돼 상당히 안정적이고 탄력적으로, 마음 먹는 대로 할 수 있다. ‘위이이잉’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달리면 먼저 미래에 와있다는 착각을 준다.

특히 놀란 점은 코너링이다. 보통의 코너링은 직진으로 달리던 차가 방향을 바꿨을 때 무거운 엔진을 싣고 직진을 유지하려는 차의 머리를 핸들로 감아서 데려오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I-PACE는 탄탄한 핸들링은 그대로인데 앞머리가 던져지는 느낌이 없다. 무게중심이 낮고 모터가 앞뒤로 배분된 덕에 카트로 바닥을 타는 감각이다. 여기서 전기차의 운전 방법은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과감한 코너링을 할 때 우리는 보통 엑셀에서 발을 뗀다. 전기차는 엑셀에서 발을 떼면 바로 바퀴의 회전력을 이용해 배터리에 전기를 채우는 회생 제동이 시작된다. 이 때문에 코너링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I-PACE 급의 스포츠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몰고 재미를 느끼려면 새로운 운전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쉬운 점은 엑셀을 떼면 어김없이 차를 잡는 회생 제동이다. 스위치가 꺼지듯 속도가 죽을 때 한 번씩 놀란다. 그리고 다른 고급 전기차 모델에 비해 다소 짧은 주행거리다. 전기차 인프라가 훌륭하지 않다. 충전을 세 번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해 이틀 간 가슴을 졸였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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