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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日 수출 막으면…되레 국내업체 발등 찍을수도"

■'D램 日 수출제한' 역효과 우려
對日 메모리수출 비중 0.74% 불과
삼성·SK하이닉스 수출 중단해도
日, 마이크론 등서 물량확보 가능
수출막히면 D램재고 해소 빨간불

  • 이상훈 기자
  • 2019-08-25 07:19:24
  • 기업
'D램 日 수출 막으면…되레 국내업체 발등 찍을수도'

“한국의 D램 공급이 2개월만 정지돼도 전 세계 2억3,000만대의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지난 1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발언으로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한 메모리 수출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뺀 조치가 약발을 받으려면 대체재 찾기가 힘든 메모리 수출통제밖에 없다는 추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친다. 덜컥 메모리 수출 통제에 나섰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고위 임원은 “한국 업체의 D램 점유율이 70%를 넘는다는 수치만 보고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 게 어이없다”며 “수출규제가 자칫 국내 메모리 업체의 피해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램 日 수출 막으면…되레 국내업체 발등 찍을수도'

◇메모리 수출 일본 비중 0.74%=메모리 수출규제가 요술 방망이가 아닌 결정적 이유는 일본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규모가 절대적으로 미미하다는 데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메모리 수출 규모는 총 276억달러(6월 기준)다. 그런데 일본이 수입한 규모는 2억달러 남짓에 그친다. 비중이 0.74%에 불과하다. △중국 131억달러 △홍콩 88억달러 △베트남 21억달러 △대만 10억달러 등과 비교하면 명함도 못 내민다. 메모리 최대 수요 기업이라 할 일본의 전자 업체 위상이 예전만 못한 탓이다. 업계의 한 실무자는 “위상도 위상이거니와 일본 전자업체들이 생산 라인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한 탓에 직접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만 의존도는 59%로 우리의 3.5배=일본 입장에서 가장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대만이다. 일본 정부마저도 “한국이 만약 일본에 D램을 팔지 않으면 대만에서 사면 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의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수입액 중 한국 비중은 17%로 대만(59.3%)보다 훨씬 낮다. 일본의 낸드 사업은 아직 짱짱하다. 도시바의 시장 점유율만 봐도 20.2%(1·4분기 기준)로 삼성(29.9%)에 이어 2위다.

결국 일본이 메모리를 수입하면 D램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은 D램 사업에서 미국(마이크론), 대만(난야·윈본드)과 협력관계가 강하다. 마이크론은 2012년 일본 D램의 자존심 엘피다를 인수했다. 그런 인연 때문에 마이크론에는 일본 반도체의 향수가 배어 있다. 실제 마이크론은 일본에 현지 생산공장도 갖고 있다. 전자 업계의 위상 하락으로 최고 사양의 메모리 수요가 많지 않은 점이 일본의 대만 반도체 의존도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D램을 많이 필요로 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일본 업체는 거의 내수용인 소니 정도 밖에 없다. 업계의 한 임원은 “일본이 감추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일본 산업 구조는 최고급 D램 수요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 日·대만 공장 증설=이미 일본은 우리의 D램 수출 제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은 올 4월 대만 타오위안에 새 D램 공장 건설을 시작한 데 이어 일본 히로시마에도 20억달러를 들여 13㎚(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라인을 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2017년 20억달러를 투자해 히로시마 공장 증설작업에 들어가 최근 마무리한 데 이어 추가로 차세대 생산 라인 투자 확대에 나서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으로의 D램 수출을 막으면 마이크론이 덕을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수출 통제 시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는 점이다. 여권에서는 “삼성전자 등이 일본에 수출하는 D램이 연간 2조~3조원 정도인데 이에 대한 일본 공급이 불투명한 상태가 되면 디스플레이와 게임기 등 일본의 전자 산업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더 급한 것은 국내 메모리 업체다. 일본에 수출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다. 일본으로 수출 비중은 극히 낮지만 절대 물량만 놓고 보면 작다고 보기 어렵다. 가뜩이나 D램 사업이 비정상적인 재고 때문에 업황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악재가 될 수 있다. 당장 일본 수출이 막히면 일본으로 가던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13일 청와대도 긴급진화에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D램을 수출제한 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는 틀린 얘기”라며 사태 확산을 차단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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