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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가 너무해? 이마트의 ‘노브랜드’ 유통 전략

  • 안재후 기자
  • 2019-08-22 15:08:03
  • 기획·연재
e커머스가 너무해? 이마트의 ‘노브랜드’ 유통 전략

복수의 리테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유통시장은 ‘최저가와 프리미엄’ 두 축을 중심으로 양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이 중 일반 소비자에게 특히 와 닿는 쪽은 최저가이다. e커머스 광풍이 시장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는데다 그 위세가 좀처럼 사그라들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커머스는 가격 비교가 쉽다는 채널 특성 때문에 태생적으로 최저가 경쟁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e커머스 채널의 성장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오프라인 채널은 마트이다. 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하는 까닭에 e커머스 광풍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백화점은 프리미엄을, 슈퍼나 편의점은 즉시성과 편의성을 강점으로 해 이들은 e커머스 광풍에서 조금은 비껴나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마트 위기’ 속에서 각 업체도 e커머스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한창이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업체는 이마트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밖, 즉 이마트 매장을 찾을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작업은 2015년부터 적극적으로 진행돼 일렉트로마트나 삐에로쇼핑 등을 탄생시켰다.

◆ 이마트의 필살기는 노브랜드

독특한 콘셉트 매장으로 이슈가 되는 이마트이지만, 그래도 e커머스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PB상품이 꼽힌다. 재밌는 건, 이마트가 초기 PB상품 출시를 기획한 게 e커머스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마트는 1996년 대기업 유통채널 최초로 PB상품을 출시해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PB상품을 전략화하는 데 성공했다. 1996년 당시 이마트가 PB상품을 출시한 건 동류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데,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라이벌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마진 효율화를 위한 한 방편으로 PB상품을 떠올린 것이었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동류 업계 간 경쟁은 채널 간 경쟁으로 확대됐다. 유통업체들은 ‘신대륙’ e커머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모두 온라인 채널을 열고 우후죽순 뛰어들었다. 이후 온라인에서 배태한 e커머스 업체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최저가 경쟁이 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마트 역시 2016년 ‘유통 전 채널 최저가 판매’를 선언하며 확전(擴戰)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09년 이미 전체 매출의 20%를 돌파해 이마트의 확실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PB상품은 e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뽐내 주목을 받는다. 어느 기업 매장에서나 살 수 있는 제조업 상품과는 달리 특정 업체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PB상품 특성이 반영된 덕분이다.

특히 노브랜드 No Brand는 e커머스에 대항하는 가장 위력적인 상품 콘텐츠로 기능해 눈길을 끈다. 이마트는 PB상품을 프리미엄 브랜드인 피코크, 스탠더드 브랜드인 e브랜드, 저가형 브랜드인 노브랜드로 구분에 운영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고객 유인 동기로 최저가 전략을 사용하는 e커머스이다 보니 노브랜드가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삼박자 다 갖춘 국내 유일 브랜드

물론 단순히 싸기 때문에 노브랜드가 경쟁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노브랜드는 저가형 PB상품 브랜드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낮은 가격과 가성비를 충족하는 품질력, 게다가 브랜딩까지 성공한 국내 유일의 PB상품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노브랜드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선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노브랜드 바이어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낮은 가격에도 확실한 품질력을 갖춘 제품을 소싱하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환율, 제조 비용 등 측면에서 매력적이면서도 생산시설까지 최적인 해외공장이나, 생산 능력은 탁월하지만 마케팅·판매가 약해 가동률이 떨어지는 국내 중소기업 생산설비를 찾는 게 이들의 주된 업무이다.

이 같은 활동으로 아낀 비용은 아주 적은 마진을 제외하곤 다시 제품 품질력 향상에 투입된다. 가령 노브랜드 초콜릿은 가격이 1,180원으로 저렴하지만, 일반적인 제조사 브랜드 상품과 비교해 용량이 더 클 뿐만 아니라 팜유 대신 카카오버터를 사용해 더욱 고급스러운 맛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 팜유를 사용했느냐 카카오버터를 사용했느냐는 초콜릿 애호가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일반 제조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카카오버터보단 팜유를 사용한 초콜릿 제품 생산을 더 선호한다.

브랜딩은 노브랜드 성공의 최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외에도 러빙홈, 데이즈 같은 저가형 PB상품 브랜드를 운영 중이지만 노브랜드만큼의 성공을 거두진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피코크는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노브랜드에 비할 바는 아니다.

노브랜드의 슬로건은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이다. 하지만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닌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브랜드화를 하고 있다.

이마트는 1996년 PB상품을 처음 출시한 이후 이미 2010년 이전에 ‘믿을만한 PB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란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 이마트가 2015년 PB상품들을 일부 카테고리화하는 과정에서 노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노브랜드 상품 카테고리는 너무 광범위해 2015년 작업이 의미 없어 보인다. 굳이 묶지 않아도 될 카테고리에 노브랜드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리뉴얼한 것을 보면 노브랜드는 그 탄생에서부터 브랜딩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e커머스가 너무해? 이마트의 ‘노브랜드’ 유통 전략

◆ 상생 도구로도 적극 활용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상생을 위한 도구로도 활용해 눈길을 끈다. 오프라인 경쟁업체들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협력사 갑질 문제로 논란을 겪은 데다 신성 e커머스 업체들도 최근 같은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하위 브랜드를 활용한 이마트 상생 전략은 매우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것이다.

노브랜드 상생 전략은 협력사 매출 증대나 판로 확대 같은 단순한 수준을 넘어선다. 물론 이 같은 내용도 훌륭하고 대단한 것이지만, 노브랜드가 주목받는 건 지역 전통시장과 상생관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대형 유통업체 매장이 지역 중소상인들로부터 환영받지 못 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 수준의 상품 소싱력과 서비스를 갖출 수 없는 중소상인 입장에선 대기업 매장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마트나 노브랜드 매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비자 편의와 중소상인의 생업 사이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장 출점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40여 개 전통시장에서 출점 요청을 할 정도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전통시장 전체 객수 유입 증대는 물론 젊은 층을 대거 끌어들여 시장에 활기를 돋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은 장난감 놀이터, 키즈 라이브러리, 노브랜드 카페, 청년마차 등을 통해 전통시장 상권 전체를 리뉴얼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현재까지 8개 전통시장에 출점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추가 유입 객수나 매출 비교에서 기존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상당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출점 요청 중인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시장 내 노브랜드 점포 위치를 두고 상인 간 의견 대립이 나오는 곳도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통해 자사 이미지를 한껏 제고하고 있다. e커머스 업체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역할이란 점에서 차별화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지역 상권 쇠퇴에 e커머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다소 과한 책임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사례는 앞으로도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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