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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국민연금·탈원전…이대론 수년뒤 '인상 폭탄' 될것

[동굴의 우상서 벗어나라]

<3>쏟아지는 헬리콥터 현금복지 (下)大計 없는 근시안정책

국민연금 고갈 빨라지는데 되레 지출 늘리는 방안만 내놔

건보기금 8년만에 적자났지만 보험료율 인상 논의도 표류

'일단 지나고 보자'식 탈원전에 전기요금 대폭 인상 불가피

"혜택은 현세대에서 누리고 부담은 미래세대에 안기는 꼴"





“지금 우리나라는 ‘선(先)복지 후(後)증세’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복지 확대의 효과를 우선 체감해야 그에 대한 비용을 기꺼이 치르겠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보장 정책 총괄·조정 기구인 사회보장위원회의 한 민간위원은 정부의 ‘무상·보편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혜택을 우선 확대하되 비용에 대한 논의는 일단 미뤄놓아야 한다는 이 위원의 논리는 청와대와 정부 내 우세한 기류를 반영한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10.4%·2016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방향 자체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적다.

그렇지만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와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이 되고 있는 전 세계적 저성장 기조다. 이미 생산가능인구 감소 국면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성장기에 쌓아둔 돈과 혜택은 현세대가 누리고 비용은 미래 세대로 넘겨버리는 문제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연금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적립금이 바닥날 시점은 당겨지고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오히려 지출을 늘리는 방안만 내놓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편안에서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5년에 1%포인트씩만 올리면서 ‘주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단번에 5~10%포인트 올리겠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2057년으로 앞당겨졌던 적립금 고갈 시점이 더 빨라지는 것은 물론 적립금 소진 뒤 미래세대가 낼 보험료율은 40년 뒤 30% 안팎으로 급등하게 된다.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국고지원도 미래 세대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가능하다. 이조차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국회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이 공회전만 하고 있다.



국민연금 ‘출산크레딧’도 마찬가지다. 정부 안에는 출산크레딧을 첫째 아이에게 6개월 부여하고 둘째는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적용하는 안이 담겼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지만 여기서도 비용 논의는 빠져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2050년이면 소요 재정이 1조원(국민연금기금 70%+국고 30%)을 넘어선다. 여기에 정부의 출산크레딧 확대가 현실화되면 연평균 4,205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고령화로 노령연금수급자에게 줄 급여도 부족한 형편인 만큼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는 국고 지원이라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정부안에서는 제외됐다. 예정처는 “현행 크레딧제도 지원방식은 혜택은 현세대가 누리고 비용은 미래 세대가 부담하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건보기금은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여기에 41조5,862조원을 투입하겠다면서 재원은 보험료율 인상과 국고지원 확대로 충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매년 3.2%씩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지만 노동계와 사용자 등의 거센 저항에 부닥쳐 지난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처음으로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면 40년간 쌓아온 건보기금이 2026년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이후는 여유분 없이 미래세대의 보험료만으로 건보가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정책도 미래세대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의 실적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내년 4월 총선 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매분기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9,2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원자력 대신 발전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인 탓에 재무 상태가 나빠진 결과다.

이는 정부가 값싼 원자력과 석탄의 비중은 줄이고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의 의존도를 높이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전기요금 인상 외에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도 정부의 ‘일단 지나고 보자’는 소극적 태도에 전문가들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미루면 미룰수록 미래 인상 폭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은 누군가 내야 하지만 지금은 여야가 모두 합의도, 검증도 없이 부담 얘기는 슬그머니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선복지 후증세’는 미래 후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기는 무책임한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세종=빈난새·정순구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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