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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대한민국의 ‘튼튼한 기초체력’과 ‘왕따 주식시장’

홍준석 증권부장
국내외 악재 쓰나미에 증시 휘청
주요국중 유일하게 곤두박질에도
정부선 펀더멘탈 괜찮다 되풀이
속타는 투자자와 괴리감만 키워

  • 홍준석 기자
  • 2019-08-19 17:29:18
  • 시황
[여명] 대한민국의 ‘튼튼한 기초체력’과 ‘왕따 주식시장’

지난 주말 모처럼 아내와 집 근처 이마트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휴일이라 예전 같으면 카트를 밀고 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북적였던 매장이 너무 한산했기 때문이다. 계산대에도 전처럼 긴 줄이 없어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장 보기가 편하긴 했지만 전에 유통 출입기자였던 나로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말 장사에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 괜찮을까 걱정마저 들 정도였다. 불행히도 이런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290억원)를 낸 것이다. 주가도 연일 신저가를 깨며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이 대한민국 대표 상장사의 현주소라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대표 기업의 거의 모든 주력 업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오늘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상반기 코스피시장 상장사 순이익은 37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2.95%나 급감했다. 우리 산업의 대들보인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전자·정유화학·조선·건설·철강·제약바이오·화장품·식품 등 내수와 수출을 가릴 것 없이 국내외 악재 태풍에 쓸려 날아갈 판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경제 바로미터’인 주식시장이 온전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태풍 정도가 아니라 악재 쓰나미와 마주한 돛단배나 다름없다. 올 들어 8월16일 현재 코스피 등락률은 -5.58%, 코스닥은 -12.44%로 주요국 증시 중 거의 유일하게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1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한 코스피는 이제 1,900선도 위태롭다. 반면 미중 무역분쟁 당사자인 미국(다우지수 10.97%)과 중국(상하이지수 13.23%)은 물론 러시아(14.08%)·브라질(13.56%)·베트남(9.8%)·독일(9.51%) 등 선진국·신흥국 대부분은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고공행진이다. 우리와 수출 갈등을 빚는 일본도 2% 이상 올랐다. 한국 증시만 글로벌 시장에서 ‘왕따’ 신세가 됐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플레이어들도 빠르게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누적 순매도액만 2조원에 육박한다. 평소 9조원을 웃돌던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달 일 평균 8조6,000억원으로 올 최저치로 떨어졌다. 20~30대 젊은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한국 주식보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디즈니 등 글로벌 주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해외주식 직구 거래액은 올 들어 7월 기준 223억달러(약 27조원)로 30억달러에 불과했던 2011년과 비교하면 6년 만에 7.5배나 급증했다. 마치 침몰하는 한국 증시호에서 너도나도 탈출하는 듯한 형국이랄까.

대한민국 증시는 다시 희망가를 부를 수 있을까. 눈 씻고 찾아봐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기대해볼 만한 요인은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경기가 암울하다. 우리 경제는 2·4분기 수출과 투자가 급감하는 등 5개월 연속 ‘경기 부진’에 빠졌다. 이는 역대 가장 긴 부진이다. 당연히 좋은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7월 실업자 수는 109만여명으로 1999년 이후 최대고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8%로 4명 중 1명이 백수다. 최저임금을 2년간 29% 올린 탓에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고 취약계층의 소득은 더 줄었다. 기업들은 줄기찬 반기업 정책과 강력한 규제에 갇혀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 경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값만 치솟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1%대로 낮춘 기관들이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수두룩하다.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장단기 국채 금리 차가 역전될 만큼 대외 사정도 좋지 않다. 어디를 둘러봐도 정상적인 풍경은 아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인지, 정말 우리 경제를 좋게 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국내 2,500만여개의 주식계좌를 갖고 있는 속 타는 투자자들이 수긍하기에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해도 이 정도인데 만약 펀더멘탈이 나빠지면 우리 증시가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지난주에 만난 어느 증권사 사장의 탄식이 자꾸 귓가를 맴돈다.

jsh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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