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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안택순 조세심판원장 "소명기회 늘리고 조세심판 절차 투명화...억울한 납세 확 줄일것"

사건 1건당 평균 심리시간 8분에 불과...항변 기회 최소 3회로 확대

하반기부터 인터넷으로 서류 접수...23개 항목별로 진행단계 표준화

'無錢기각 有錢인용' 없도록 3,000만원이하 소액사건은 별도 분류도





세금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특히 억울한 세금을 맞았다는 판단이 들 때 심정이 어떨까. 가슴이 쿵쾅 뛰고 하늘이 노래진다.

이때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제도가 있다. ‘조세불복’ 제도다. 국세청에 억울함을 항변할 수 있고(국세청 심사청구), 감사원에도 할 수 있다(감사원 심사청구).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조세심판원(심판청구)을 찾는다.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비교적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이 요즈음 상전벽해하고 있다. 억울해하는 납세자들에게 보다 많은 소명기회를 제공하고 모든 절차를 투명화·객관화하고 있다. 공정성·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관과 심판청구인의 비공식 만남은 금지하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의견진술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을 지난 7월 말 만나 변화의 내용과 방향, 전망을 들어봤다. 대담:안의식 탐사기획팀장 miracle@sedaily.com



-우선 세무당국의 과세가 잘못됐다고 억울해하는 납세자 입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나요.

△납세자 입장에서는 우선 잘잘못을 정확히 판단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것입니다. 또 그 과정에서 나의 억울한 얘기를 충분히 들어달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심판청구 처리 통계를 보면 95%가 첫 번째 회의단계에서 종결됩니다. 한번에 많은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1건당 평균 심리시간이 8분에 불과합니다. 두 번째 회의 이상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5% 내외입니다. 납세자들의 입장에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가졌다고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그래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하려 하고 있습니다.

첫째, 최소 세 차례 항변기회를 주려 합니다. 먼저 과세가 억울하다는 심판청구서가 들어오면 이를 국세청(과세처분청)에 보냅니다. 공문으로 2주 이내에 답변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국세청 답변서가 들어오면 이를 그대로 청구인에게 보내고 다시 항변서를 요구합니다. 항변서가 오면 똑같이 이를 국세청에 보내 2차 답변을 요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최소 세 차례 항변기회를 줄 예정입니다.

둘째, 심판부 회의가 한번 열릴 때마다 한꺼번에 20~30건을 처리하다 보니 조사관들이 각 사건을 요약한 사건조사서가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건조사서를 심판청구인들이 사전에 볼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건조사서는 아무리 잘 정리돼 있어도 가공된 2차 자료입니다. 그래서 심판청구인들이 스스로 자기 사건을 요약한 ‘청구주장요약서면’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사건담당자에게 제출하면 사건조사서와 함께 원문 그대로 심판관들에게 제공됩니다.

아직은 이런 제도들에 대한 홍보가 미흡한 듯합니다. 그래서 심판청구가 들어오고 사건담당이 배정되면 ‘사건배정 및 심리개시 통지서’ 뒷면에 이런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청구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지 궁금할 텐데요.

△그래서 올 3월부터 심판청구 접수부터 마지막 결정까지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세심판원 홈페이지에 있는 ‘나의 사건조회’에 사건번호와 청구인 이름을 입력하면 내 사건이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판청구 접수, 심판부 사전 배정, 항변서 등 각종 준비서면 제출 및 상대방 송달 현황, 의견진술 신청, 심판관 회의 일자 및 횟수, 심리재개, 결정서 발송 등 총 23개 항목별로 진행단계가 표준화돼 나타납니다.

-이제 각종 서류를 인터넷으로 올릴 수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직접 세종에 있는 조세심판원을 찾거나 우편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심판청구 관련 각종 서류를 인터넷으로 업로드할 수 있게 했습니다. 법원 전자소송과 동일한 시스템입니다. 지난 7월1일부터 시작했는데 15일 만에 총 접수사건 중 4분의1 정도가 인터넷으로 접수됐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절반 정도가 전자심판으로 접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세청이나 세무업계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지금도 늦은 심판원 결정이 더 늦게 나오는 것 아닌가요.



△심판청구인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는 것과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것 사이에는 분명 이해가 상충하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명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사건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다소 늦어져도 청구인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최대 180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하는 표준처리절차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사건공개 부분의 23개 진행항목별로 사건담당자들이 매일 체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행상황은 심판청구인에게도 전달되지만 원장인 저에게도 보여집니다. 각 사건담당자별로 사건진행상황이 한눈에 제게 전달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디가 늦어지고 어디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지요.

-국민들은 좋은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엄청 늘었겠네요. 반발도 많았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왜 나라로부터 봉급을 받습니까. 밥값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오랜 공무원 생활 중 항상 ‘밥값은 하자’는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가 원장으로 부임한 후 일거리가 많이 늘었습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우리 심판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국가의 세금제도는 크게 세 축으로 움직입니다. 조세정책(기획재정부 세제실), 세무행정(국세청), 그리고 납세자 권리구제(조세심판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납세자 권리구제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이제 이 부분이 강화돼야 합니다. 그래야 세 축이 균형을 맞춰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개혁이 바로 이를 위한 것입니다. 국민 중 어느 누군가 세금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또 이를 바로 잡는 절차가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사람은 반정부를 넘어 반국가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납세자 권리구제가 중요한 것입니다. 직원들과 이런 부분을 늘 얘기합니다. 우리가 좀 힘들어도 국민들을 위한 일인 만큼 바꿔나가자고 말합니다. 솔직히 그 과정에 많은 일이 생겼고 저도 힘들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여 이가 몇 개 빠지기도 했습니다.



-절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해 보이는데요. 특히 상임심판관 수가 부족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상임심판관은 여섯 명인데 처리건수는 7,638건으로 상임심판관 1인당 처리건수는 2,546건입니다. 한 심판부에 두 명이 들어가니 이런 통계가 나오는데요.

△행정안전부에 인원증원을 요청하고 협의 중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심판관을 세 명 정도 늘렸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비상임 심판관을 상임심판관으로 바꾸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한번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심판관이 늘면 이들을 지원할 일반직원들도 대폭 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점진적으로 상임을 늘리고 비상임은 줄이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하려 합니다.

-청구금액별로 지난 10년간(2009~2018년) 조세심판원의 인용률(재조사 포함)을 보니 50억원 이상은 40.4%, 1억원 미만은 20.2%로 정확히 두 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전기각, 유전인용’이라고나 할까요. 이 같은 통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세심판원만 그런 것이 아니고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심판청구 청구금액이 낮으면 쟁점도 단순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청구금액 50억원 이상의 고액사건은 쟁점도 여러 개 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만 인용돼도 이 사건 전체가 인용으로 통계가 잡힙니다.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의 경우 인용률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통 영세상인들로서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 못합니다. 이들의 경우 대리인 없이 직접 청구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습니다. 이분들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3,000만원 이하는 지난해부터 ‘소액사건’으로 별도 분류해 보고 있습니다. 치밀한 논리나 증거는 부족하더라도 정황상 신빙성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심판원이 이를 따르지 않고 기존 판결을 고수한다는 불만이 있는데요.

△행정심 단계인 심판원은 최종 법률심인 대법의 판단을 100% 존중합니다. 단 약간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고 대법의 판결사건과 심판원의 사건이 겉으로는 유사하지만 실제 다른 사건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법 단독심의 경우 개별사건에 대한 판단이다 보니 대법 판례가 반복되고 굳어지기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 합의부의 판결은 즉각 수용합니다.

조세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판결이 나왔을 경우 기다리기도 합니다. 즉각 그것에 따르려면 행정체계 전체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기존 법체계를 믿고 회계처리와 세무처리를 해온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대법 판결이 좀 더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의식기자 사진=성형주기자.



He is …

▲1964년 ▲전남 함평 ▲광주 서석고-서울대 경제학과, 뉴욕대 경제학 석사 ▲행시 32회,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득세제과·조세정책과·국제조세제도과, OECD 사무국 조세행정,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재산세제과장·조세정책과장,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기획관·소득법인세정책관·조세총괄정책관, 조세심판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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