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경제 · 금융  >  금융정책

日자금동향 파악하고도 비공개...불안만 키우는 '관료 비밀주의'

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표후
시중은행 CDS 프리미엄 급등
'금융보복 영향 제한적' 힘 잃어
"당국 자신감, 충격 키웠다" 비판

  • 서민우 기자
  • 2019-08-07 17:41:05
  • 금융정책
日자금동향 파악하고도 비공개...불안만 키우는 '관료 비밀주의'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와 미·중 무역전쟁 확산이라는 겹악재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일본이 금융보복에 나서도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던 금융 당국의 주장도 힘을 잃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달 초 단행된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이번 경제 도발이 금융분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내 금융시장은 일본의 보복을 견딜 만큼 체력이 튼튼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되면서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을 일축했던 당국의 자신감이 오히려 시장 충격을 키웠다는 평가가 불가피해졌다.

7일 금융당국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발표한 지난 2일 이후 국내 주요 정책금융기관과 금융회사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은행채 5년물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지난 1일 30.6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6일 36.0bp로 17.65% 올랐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은 30.5bp에서 36.0bp로 18.03%, 기업은행은 33.8bp에서 39.8bp로 17.75% 상승했다. 시중은행들도 국민은행이 14.77% 오른 것을 비롯해 하나은행(12.70%), 우리은행(10.11%), 신한은행(8.95%) 등이 모두 올랐다. CDS 프리미엄은 금융기관의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CDS의 수수료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기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란 의미다. 물론 국내 금융기관의 CDS 프리미엄의 절대적인 수치는 낮다. 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이어진 한·일 경제갈등에 최근 미·중 무역분쟁까지 더해지며 CDS 프리미엄도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일 한때 1,9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200원을 돌파했다.

대외충격에 취약한 금융시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시장 일각에선 일본이 기존 차입금 만기연장 거부나 국내 자금 회수와 같은 금융보복에 나설 경우 금융시장에서 벌어질 혼란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그동안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구체적인 통계를 공개하기보다 “금융부문은 일본 의존도가 낮아 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던 당국을 신뢰해도 되는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공식화한 것은 지난달 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일본이 금융보복에 나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통계 일부를 공개한 것은 같은 달 18일이다. 무려 2주 넘게 언론이 국내 기업 및 금융사의 일본계 차입규모 등을 추적하며 자금 회수 우려 등 각종 금융보복 시나리오를 보도한 뒤였다. 공개되지 않은 수치를 언론에서 찾아내 보도하면 당국은 그제야 반론의 근거가 될 만한 수치를 내놓으며 맞대응하는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다. 당국은 일본계 자금 동향을 지난달 초부터 파악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던 근거들을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언론의 검증과 시장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밟았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보 공개로 인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면 정부가 전략적으로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순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본 금융보복과 관련된 통계는 당국이 주장했던 대로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봤다면 제때 공개해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 심리가 퍼지는 걸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0여년 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게 정부 관료들”이라면서 “시장에 자신들의 말을 믿으라고만 강요하지 말고 검증 가능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