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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전향적 판단 환영"…건보 적용·낙태약 합법화는 '산 넘어 산'

■의료계 반응·과제

낙태 수술·자연유산 유도제 등

관련 입법 놓고 각계 충돌 불가피

법적처벌 없어 수술 급증 우려도





헌법재판소가 66년 만에 낙태(인공임신중절)죄를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것을 놓고 의료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낙태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낙태 의약품 합법화 등 산적한 과제가 많아 당분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수많은 논란과 사회적 비용을 수반했던 낙태죄를 놓고 헌재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전향적인 판단을 일단 환영한다”며 “그러나 앞으로 관련 입법을 놓고 각계각층의 이해관계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의료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낙태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는 급여수술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고가의 비용이 수반되는 의료행위에만 적용돼 낙태수술이 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음성적으로 진행된 낙태수술의 비용은 50만원 안팎인데 이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정부가 낙태수술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오히려 낙태수술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공적으로 낙태를 유도하는 낙태약(자연유산 유도제)을 허용하는 것도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제약사가 개발한 자연유산 유도제 ‘미프진’이 주요 선진국에서 합법적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일각에서는 낙태수술과 별도로 낙태약까지 허용되면 우리 사회에서 무분별하게 낙태가 이뤄져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찌감치 낙태를 허용한 일본도 낙태약 처방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낙태죄가 합법화되면 법적 처벌을 받지 않기에 낙태수술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7년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낙태수술 건수는 연간 4만9,764건으로 나타났다. 처음 설문조사를 실시한 2005년 34만2,433건과 가장 최근 조사인 2010년 16만8,738건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규모다.

보고서는 성인 남녀의 피임률과 사후피임약 처방률이 늘고 가임기 인구가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낙태수술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해외 원정을 통한 낙태수술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낙태수술 규모가 정부 통계보다 20배 많은 연간 100만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저출산 현상으로 전공의들의 기피 과목으로 전락한 산부인과에 우수한 의료인력이 몰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공고에서 정원 114명에 99명이 지원해 86.8%의 지원율로 미달됐다. 국가적인 문제로 부상한 저출산으로 지방 중소병원은 물론 대도시 대학병원도 산부인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낙태죄가 사실상 위헌 판결을 받은 것과 별도로 ‘낙태 전문병원’을 표방한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여러 사회구성원의 총의를 모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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