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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기 때문에…

안병민의 ‘경영 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지금껏 기업의 성공을 보장해주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180도 달라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선 새로운 역량과 전략이 필요하다.







실체가 있니 없니 말들이 많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큰 일이 나니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과 괜한 설레발로 필요 없는 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교차합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입니다. 4차 산업 혁명은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클라우스 슈밥이 주창한 개념입니다. 증기기관의 1차 산업혁명, 전기의 2차 산업혁명, 컴퓨터·인터넷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이제 인류는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차원을 달리하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혁명을 맞고 있다는 겁니다. IT와 경영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정치권까지 나설 정도로 시대의 화두가 되어버린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변화가 진짜 혁명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혁명은 ‘불연속성(Discontinuity)’을 빚어냅니다. 기존 질서의 붕괴로 인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혁명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작금의 변화는 과연 혁명일까요? 여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팁이 있습니다. 먼저 2010년을 기점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추락이 선명합니다. GM, 코닥, 모토롤라, 파나소닉, 필립스, 소니, 노키아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초일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세기 이후 100년을 지배한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단숨에 글로벌 리더로 급성장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테슬라, 넷플릭스 등입니다. 오늘을 선도하는 기업들입니다. 201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경제의 리더들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 겁니다. 그러면 답은 뻔합니다. 바야흐로 혁명입니다.

이런 혁명의 이면에 ‘성공의 덫’이 있습니다. 지금껏 성공을 보장해주던 불패 공식이 오히려 덫이 되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겁니다. ‘역량파괴적 환경변화’ 때문입니다. 우리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핵심경직성(Core Rigidity)’으로 만들어 버리는 환경 변화입니다. 우리의 차별적 강점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이런 혁명적 변화의 시기에 ‘개선’의 효용은 제로입니다. 아니 마이너스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제일 먼저 개발하고도 필름의 감도 개선에 투자를 했던 코닥의 몰락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관건은 전면적인 자기부정입니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입니다. 관건은 ‘데이터’입니다. 다시 말해, 편집이 불가능했던 오프라인의 삶이 온라인 속의 데이터로 바뀌는 겁니다. 그렇게 바뀐 데이터를 잘라내고 붙이고 편집해 다시 오프라인 속 삶을 재구성하는 것,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그리고 가져다줄 변화의 핵심입니다. ‘초연결’, ‘초지능’이라는 키워드가 그렇게 도출되고 이는 곧 ‘초경쟁’으로 이어집니다. 이젠 기업 경영 입장에서도 이처럼 180도 달라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역량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필요한 새로운 역량, 그 첫 번째는 ‘경쟁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시각’입니다. 이제는 특정상품이 아니라 상품 간 총체적인 관계가 가치를 창출합니다. 아마존과 월마트 사례는 그 전형을 보여줍니다. 월마트는 20만 직원을 배달요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어차피 출퇴근하는 길, 직원들의 동선을 파악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배달해주는 겁니다. 효율의 제고이자 배달 업무의 개선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전략은 그 맥을 달리합니다. 고객의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그 구매주기를 면밀히 파악하고 고객이 주문도 하기 전에 배송해주는 것이 아마존의 전략입니다. 고객의 시간을 분석하는 겁니다. 고객의 일상생활 전체에 대한 시간접근권을 확보하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됩니다. 고객 니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 비전은 세상 사람 누구든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무엇이든 언제 어디서나 찾고 살 수 있는 장소를 온라인 상에 만들어 지구 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IT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고객 라이프스타일 파악을 위한 고객과의 상시적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첨병입니다. 단언컨대, 이젠 고객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집권화·분권화’ 역량입니다. ‘분산원장 기술’로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분산적 자율 시스템의 주춧돌입니다. 매개기업이나 기관이 없어도, 중앙집권적 공권력의 보호가 없어도, 개인 간 시공간 경계가 없는 자율거래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블록체인입니다. 본부와 현장은 다이렉트로 연결됩니다. 조직 내 계층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수평적 조직문화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입니다. 분권화만 화두가 아닙니다. 분권화를 통한 새로운 플랫폼, 혹은 비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반면 강력한 집권적 본부 역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시장을 읽고 다양한 사업 분야를 총괄·조율하는 역량은 이처럼 복잡다단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하면서도 본부는 강력한 분석 총괄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른바 ‘기업집단 2.0’ 모델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투과성 조직’입니다. 이제 조직 내부의 역량만으론 시장을 주도할 수 없습니다. 조직 내외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벽 없는 조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연스레 기업 조직 측면에서도 이젠 ‘언번들링‘(Unbundling)’이 화두입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이나 역량 보유고로서의 조직 역량은 쇠퇴하고 있습니다. 내·외부를 막론하고 유사시 필요한 역량을 재빠르게 결집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조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유연성·개방성이 경쟁력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헤쳐모여’가 가능한 조직이 승리합니다. 외부 역량 활용을 위한 비즈니스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열린 혁신’의 씨앗이 거기서 만들어집니다.

‘활동적 타성’은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최대의 적입니다. 보유역량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과거와의 연속성이 없는, 불연속성을 속성으로 하는 혁명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4차 산업혁명에 있어 혁명의 주체가 될 것인지 혹은 방관자, 아니 낙오자가 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의지의 문제입니다. 해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나락입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혁명’이기 때문입니다.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글_안병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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